[전남일보]사설>교통약자 무시한 광주시 차량 우선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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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교통약자 무시한 광주시 차량 우선 행정
인도교 필요한 장록교 재가설
  • 입력 : 2024. 03.18(월) 17:24
광주시가 교통약자를 위한 보행로 없이 장록교 재가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황룡강을 가로질러 송정동과 평동교를 연결하는 길이 약 300m, 왕복 2차로인 장록교는 1979년 개통했다. 별도 보행 시설이 없어 그동안 장록교를 통행하는 보행자들은 난간에 바짝 붙어 걸으며 다리를 건너왔다.

광주시와 영산강환경청은 시설 노후와 집중호우 때 물 흐름에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장록교를 철거해 재가설할 예정이다. 문제는 재가설을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장록교에 ‘교각 우회’ 팻말이 세워지면서 장록마을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장록교 없이 마을에서 도심을 향하려면 수 ㎞를 돌아가야 한다며 안전한 보행로가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장록교 ‘보행 금지’ 조처가 교통약자를 무시한 차량 우선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강현(진보당) 광산구의회 의원은 18일 286회 임시회에서 “광주 인권헌장은 시민 모두에게 장벽 없는 편리한 도시와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리를 위한 시설을 마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 의원은 “아무런 대책 없이 주민에게 우회하라며 표지판만 세우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면서 “인도교를 가설해 장애인·노인·아동·교통약자들의 안전과 편리를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는 국민의 이동권과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하도록 규정 돼 있다. 광주시가 장록교 재가설을 위해 주민에게 돌아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우회를 원칙으로 삼는 게 맞다. 광주시가 교량에 인도부가 없다는 이유로 ‘보행금지’ 표시판을 세우는 건 교통약자를 무시한 차량 우선 행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장록교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장록마을 주민 대다수가 고령층이다. 비교적 건강한 주민은 이륜차나 자전거를 타지만 거동이 불편한 대부분 주민이 교통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안전한 보행시설 설치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당장이라도 교량에 인도교를 설치하면 모두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수혜를 누리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