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넓은 어깨와 다부진 근육을 가져야만 남자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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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넓은 어깨와 다부진 근육을 가져야만 남자다운 걸까?
남자다운 게 뭔데?
저스틴 밸도니 | 창비 | 1만4000원
  • 입력 : 2024. 03.14(목) 14:3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남자다운 게 뭔데?
할리우드의 배우이자 감독 저스틴 밸도니가 자신의 소년 시절 경험을 토대로 남성성의 압박에서 벗어나 진정 나다워지는 법을 사려 깊게 전하는 책.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으로 한국의 독자들이 읽기에도 공감하고 배울 지점들이 가득하다.

사회 속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남자다움’ ‘남성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성 역할 고정 관념에 대해 살피면서 특히 남성 청소년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에 초점을 두어 남성 성교육에 맞춤하다. 또래 관계와 가족 관계부터 사랑과 성에 관련한 진솔한 이야기까지 폭넓은 사례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살갑게 다가오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엮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솜씨 역시 빛난다.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자신감과 용기라는 마음의 근육이 한 뼘 자라나 있을 것이다.

대범한 척 웃으며 행동했지만 찝찝함이 남았다거나,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신체 변화에 크게 당황한 적 있는 청소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험을 어른이나 또래 친구에게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불편하고 어색한 진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같고, 남성 청소년은 더욱이 ‘남자다워야’ 한다는 압박 속에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한 채 점점 솔직함과 멀어진다. 이 책은 ‘괜찮은 척’이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부터 꼬집으며 자신을 돌아볼 계기를 제공한다.

“모든 것은 연기였습니다. 돌아보니 동성 친구들과 선생님들, 아버지들, 그리고 유명한 남자 영화배우들까지도 모두 남성성이라는 대본을 받아 들고 각자 맡은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영혼까지도 야금야금 갉아먹는 악순환에 모두가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던 겁니다. (본문 21면)”

충분히 ‘남자답지’ 못해서 괴롭힘을 당했던 청소년기, 분위기에 휩쓸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던 경험, 갑작스럽게 발기가 일어나 당혹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일화 등 밸도니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솔직한 경험을 풀어 놓는다. 그리고 왜 이런 이야기들을 진작 하지 못했는지 파고들며 우리 사회가 가진 ‘남성성’이라는 편견과 그로 인한 압박을 세심하게 분석한다. 이처럼 이 책은 성 역할을 다루는 많은 책이 주로 여성의 경험을 제시해 왔던 데서 한 발 나아가 남성 경험을 폭넓게 다룬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부당한 가부장적·남성 중심적 고정 관념을 짚는다.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 속에서 ‘남자다운 게 뭔데?’는 남성 청소년들이 말하지 못했던 고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일이었다는 점을 확인해 줌과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