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 높은 80% 이상을 보이고 고 있다. 사진 출처: 24채널 |
2024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 투표가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선거결과는 3월 28일 이전에 나올 예정이고, 당선자는 2024년 5월 7일에 취임하게 된다. 이번 러시아 선거권자는 1억 1천230만 명이고, 재외국민 선거권자는 190만 명 정도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약 7천만~8천만 명이 투표한다. 2018년 투표율은 67.5%였다.
푸틴은 1999년 말 옐친에 의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된 뒤 2000년 대선에서 53.0%의 득표율, 2004년 대선에서는 71.3%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2008년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선에 출마했고 푸틴은 총리를 역임한 후 2012년 대선에서 63.6%, 2018년에는 76.7%의 득표율을 얻었다.
1993년 러시아 헌법에는 대통령은 4년 임기에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되었다. 2008년 개정으로 대통령 임기가 6년으로 연장됐고, 2020년 개정으로 푸틴 대통령은 2024년 이후 6년 임기를 연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는 2020년 러시아 헌법 개정 이후 첫 번째 투표이다.
푸틴 대통령이 표트르 대제 이후 누구보다 오랫동안 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이미 레오니드 브레즈네프(1964~1982)의 18년 임기를 능가했다. 만약 이번에 당선된다면 푸틴은 대통령 임기를 2030년까지 6년 더 연장하게 되는데, 이는 임기가 끝나면 그의 나이가 77세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푸틴이 재선에 나선다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점이 되면 그는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을 넘어 러시아의 최장수 지도자가 될 것이다.
최근 러시아 여론조사에서 푸틴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 높은 8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야당 언론은 푸틴이 70%의 투표율로 80%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28개 지역 주민(모스크바 시민은 지역 포털에서 가능)은 3월 11일까지 원격전자투표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투표가 가능하기에 투표율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푸틴은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러시아 자유민주당(ЛДПР)의 레오니드 슬루츠키(56세), 새로운사람들당(партия ‘Новые люди’)의 블라디슬라브 다반코프(40세), 러시아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75세),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71세) 등 4명의 대선 후보가 등록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시상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재출마를 공식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많은 러시아인은 선거에서 푸틴을 대체할 후보를 차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가수 나제쥐다 바브키나는 “러시아 국민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데 이토록 단결한 적은 없었다”라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다수 러시아인은 전쟁이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푸틴과 전쟁을 모두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이후 첫 번째 대선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로감 속에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푸틴은 국내적으로는 전쟁승리에 대한 믿음과 국제적으로는 장기전을 벌이겠다는 러시아 국민의 의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는 전쟁에 대한 지지를 구축하는 데 확실한 작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 대선 결과는 전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 토론회가 시작됐지만 푸틴 대통령은 바쁜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고 있다. 그 대신 그는 2024년 2월 29일 연방의회에서 국정 현안(가족 가치, 빈곤, 사회복지, 인구문제, 지역 개발 등)과 외교정책의 주요 방향에 관한 연례 국정연설을 했다. 이것이 향후 최소 6년 동안의 과제를 설정하는 것으로 선거 캠페인 역할을 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번 선거는 전쟁 중인 영토에서도 실시한다는 점이다. 새로 점령된 영토에서 다수의 표를 얻으면 러시아 대통령의 정당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점령지에서의 선거 승리는 크렘린에 분명히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러시아에 속하기로 선택한 국민투표 이후, 2023년 9월 지방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두 번의 선거 승리 이후 대선은 이 영토가 러시아에 통합된 이후 푸틴 대통령에게 정당성 부여를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방은 돈바스 등 이들 지역의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한편,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맥락과 연계되어 대선에서의 러시아 민주적 신뢰성은 매우 부정적이다. 또한 전쟁은 국민의 억압과 통제의 수단이 되고 있다.
첫째,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일부 국민은 러시아 정부에 대해 전쟁 반대를 표명했으며, 이들이 공공 정치에 참여하려고 할 때 구조적 제약과 억압이 증가했다. 정부의 억압이 강화되고 전면적인 금지 조치가 취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전쟁 반대 항의 시위가 촉발되었다.
예를 들어 2022년 2월 25일 러시아의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반전 시위가 열렸다. 러시아 전역 53개 도시에서 1,8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침략에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러시아는 2월 24일 허가받지 않은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2023년 1월 14일 이후 반체제 인사들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드니프로 폭격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일이 벌어졌다. 직접적인 반전·반정부 시위라고 할 수 있는 행위가 러시아에서는 2022년 2월부터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2023년 11월과 12월에 모스크바에서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그 규모와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또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나 더 폭넓게 국가 정책을 비판하는 모든 언론 매체는 심각한 탄압을 받거나 심지어 국가에서 추방되기까지 했다. 러시아의 미디어는 이제 완전히 정부가 장악하고 있다.
둘째, 2023년 11월 1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줄이는 법안 개정을 승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언론 매체로 제한하였기에 프리랜서나 독립 언론인은 보도를 못 할 수 있다. 개정안은 언론이 지역 및 군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군사 기지나 계엄령 지역에서 위원회의 활동을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한 제한된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및 차단된 소스에 캠페인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러시아인들이 인터넷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널리 사용하는 특정 가상 사설망(VPN)도 차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독립적이고 반대하는 언론에 대해서 단속해 왔다. 정부는 존경받는 많은 독립 언론 매체를 폐쇄하고 저명한 언론인과 지역 블로거를 대상으로 형사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수백 명의 언론인이 러시아를 떠났다. 러시아에서는 정부가 텔레비전을 통제한다.
셋째, 러시아는 2012년, 2014년, 2018년에 여러 단계에 걸쳐 채택된 기존 제한 법안을 기반으로 하여 당국이 허가되지 않은 시위를 더 쉽게 단속하고 시민이 시위에 참여하게 되면 더 많은 벌금을 물게 했다. 가짜 뉴스 유포와 러시아 군대에 대한 불신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야당 지지자들에 대해 신상털기, 소셜 미디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링, 잠재적인 시위 지도자에 대한 예방적 체포와 같은 간접적인 위협을 진행했다.
러시아 인권단체(ОВД-Инфо)에 따르면 2023년 11월까지 반전 활동을 이유로 러시아 시민을 상대로 제기된 법적 소송은 806건에 달했고, 우크라이나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된 이후 거의 2만 명의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구금되었다. 연방 정부와 보안 기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쟁 반대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넷째, 2022년 9월 21일 군사 부분 동원령은 러시아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군사 동원 발표 직후의 산발적이고 일시적인 시위 행위를 제외하면 군사 동원은 시위와 일반적인 대중 반대 행위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2021년에는 야당에 광범위한 단속이 시작된 이후, 야당의 핵심 구성원 중 다수(야당 정치인, 시위 책임자 등)가 국가를 떠나거나 투옥되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부분적인 동원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섯째, 푸틴의 반전 경쟁자, 또는 정적들은 러시아 대선에 출마를 금지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으로 지지를 얻은 보리스 나데즈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등록 거부로 선거 출마가 무산됐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약속으로 러시아 소규모 야당 세력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함으로써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으며 협상을 통해 이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러시아의 가장 잘 알려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사망했고,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군대에 대한 불신과 반전 견해로 인해 반역 혐의로 장기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특히 러시아 외무부 특별대표인 게나디 아칼도비치는 나발니의 죽음으로 해외에서 러시아에 대한 반대가 심화되고 있기에 이것이 재외국민 선거의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여섯째, 러시아 당국은 32개 지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도입된 시위를 포함한 공개 행사에 대한 제한을 유지해 왔다. 2023년 가을까지도 러시아 지역의 3분의 1 이상이 여전히 팬데믹 시대의 공개 행사에 대한 제한 조치를 취하였으며, 이를 통해 당국은 시위를 선택적으로 허용하고 금지할 수 있었다. 야당인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브 다반코프는 정부에 2023년 지방선거 이전에 이를 폐기할 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지역적 권한이며, 이를 통해 당국은 대통령 선거 전에 정치적으로 가장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지역에서 시위금지 조치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계엄령이 선포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대통령령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사용하여 대중 시위를 쉽게 금지할 수도 있다. 여러 지역에서 이미 그렇게 했다.
이처럼 러시아 당국은 국내 정치 의제를 형성하고 국가의 정치 인프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다. 그런 과정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인명과 재정의 지속적인 손실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전쟁에는 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의 헌신이 필요하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 이것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아직 러시아인의 뉴노멀의 윤곽은 구체화되지 않았고, 국내외 환경에는 불확실한 위험이 산재해 있다. 과연 대선 후 러시아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