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관전’아닌 ‘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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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관전’아닌 ‘관점’으로
곽지혜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4. 03.10(일) 16:42
곽지혜 기자
‘볼 관’과 ‘싸움 전’의 한자어를 사용한 단어인 ‘관전(觀戰)’은 표면적인 풀이 그대로 ‘전쟁 혹은 싸움의 실황을 살펴본다’라는 뜻을 갖는다. 전쟁이나 싸움은 현 시대에 ‘운동 경기’나 ‘바둑 대국’ 등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고, 관전은 각종 경기 따위를 구경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가 됐다.

어떤 것에 흥미나 관심을 갖고 보는 ‘구경’이나, 연극·영화·운동 경기·미술품 따위를 구경하는 ‘관람(觀覽)’ 등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리고 ‘경기나 대회 따위를 볼 때 관심을 가지고 살필 사항’을 두고 우리는 ‘관전 포인트’라고 칭한다.

4·10 총선을 앞두고 갖가지 정치 기사에 참 많이도 썼던 표현이다. 광주·전남지역의 22대 총선 관전 포인트, 민주당 공천의 관전 포인트, 현역 물갈이폭 관전 포인트, 현역과 신인 맞대결 관전 포인트. 돌이켜보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사용했다. 정치적 현안을 다룰 때 주요한 쟁점이나 눈여겨볼 만한 부분에 대해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고, 남들도 모두 사용한다는 핑계 아래 나 역시 큰 고민 없이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 순간 ‘관전’이라는 단어에 대한 위화감이 생겼다. 관전, 관람, 구경 등 앞서 예시를 든 세 단어는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만큼 공통점을 갖는다. 모두 주체와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관전자, 관람자, 구경꾼 모두 ‘참여’하지 않고, ‘바라보는 사람’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칭하고 ‘참여 정치’를 부르짖으며 그동안 ‘관전’이라는 방관자적인 단어를 사용해 선거전을 해설해 온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누군가는 정치 현안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 등을 올바로 전달하면 됐지, 기사를 작성하면서 ‘관전’이라는 표현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겠냐고 할 수도 있다. 쓰는 입장에서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정치와 멀어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관전 포인트’라는 바라보기만 하는 듯한 단어로 사안을 설명하는 것은 못내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가 팽배한, 단어 하나에서조차 선거는 ‘방관’하는 것이 아닌 ‘참여’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눈여겨볼 만한 사안’, ‘주요 쟁점’ 등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다. 굳이 정치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단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지금 기자에게 필요한 능력 역시 ‘관전’이 아닌 ‘관점(觀點)’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은 물론, 다양한 관점으로 정치 이슈를 전달하고 풀어내는 ‘쓰는 참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투표하는 참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