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이슈기획·기고>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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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이슈기획·기고>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응 전략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입력 : 2024. 03.04(월) 18:30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전교생 60명 이하, 한 학년 평균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작은학교’는 2003년 11.2%에서 2023년에 23.1%로 늘어났다.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현존 학교 네 곳 중 한 곳이 작은학교이다. 작은학교와 폐교 수는 향후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초등학교 의무교육화, 70년대의 중고등학교 무시험 입학으로 인해 교육 수요가 예상을 넘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많은 학교가 신설됐으나 수요 증가가 가팔라 한 반에 60명씩 2부제 수업을 했다. 그때 교육여건은 열악했다. 이제 정반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반면 상응하는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필요할 때 학교를 신설했듯이 필요가 없어지면 폐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그러나 학교 신설과 달리 폐교에는 학생 교육권 확보, 지역 소멸 가속화 등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소멸 지역을 줄이며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 위해 작은학교 살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규모 학교 관점에서 만들어진 제반 정책과 제도를 작은학교가 급증하는 상황에 맞는 변경이 필요하다. 현재 5학급 이하 학교는 교무부장이 통상적인 교감의 업무를 떠안고 나머지 교사가 교무부장의 업무를 나눠서 하는 실정이다. 교사들이 작은학교를 기피하고 있지만 교사 개인 부담으로 돌릴 뿐 의미있는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는 작은학교 지원 사업이 일부 학교만 대상으로 하는 한시적인 특별사업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갑자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지금부터 예산과 인력 배치 기준을 만들 때 작은학교에 해당하면 일반 예산에서 지속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역 소멸을 막겠다면서 작은학교 살리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은 시행하지 않는 것은 홍수를 막겠다면서 제방은 대충 쌓는 것과 같다.

반면 인근 재개발지역 아파트 단지 내 학교는 과밀학급이 돼 양쪽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서울시는 작은 초등학교를 분교형태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분교 정책을 살펴보면 학생과 학부모에 별다른 유인이 없다. 결국 여력이 있는 부모들은 자녀가 본교에 다닐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러면 분교 학생들의 가정환경적 배경, 교육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힘들게 버티던 학부모들마저도 이사 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학교를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로 학생 수가 감소하면 학교 통폐합이 이뤄지게 된다. 폐교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폐교는 통학 거리 증가와 안전 사고 노출 가능성 증가, 시간과 에너지 낭비 등의 학습권 침해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 때문에 학부모가 이사 가게 되면 폐교된 지역 인구는 줄게 될 것이고 자녀를 가진 가족도 이사 오기 어려워진다. 지역 상권 및 학원을 포함한 교육 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폐교 후에 지역을 살리겠다며 학교를 신설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 악순환 고리를 끊는 방법의 하나는 폐교될 가능성이 높은 초등학교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영어몰입 초등학교, 인공지능중심 초등학교, 과학중심 초등학교, 예술중심 초등학교, 문학중심 초등학교 등 일종의 특수목적 초등학교 형태로 바꾸는 등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해당 지역 학생들에게 입학 우선권을 준다면 다른 지역에 사는 학부모들도 자녀교육을 위해 이사 오게 된다. 이는 빈곤지역 교육여건 향상, 지역간 격차, 재개발지역의 과밀학급 문제 해소에 보탬이 예상된다. 교육청만이 아니라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여건이 되고, 강한 의지도 가지고 있는 지역의 학교 살리기 노력은 지역 소멸을 막거나 소멸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대안은 유초중고통합형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미국의 지역교육청 중에서 유치원에서 고교까지 전체 학생수가 500명 이하인 곳이 40%에 달한다. 땅이 넓어 한 교육청 내에 통합학교 한 개만 있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가 급감한 일본에도 통합학교가 많이 생겨났다. 현재 우리나라 통합학교는 한 지붕 두 집 살림 형태다. 정부는 빠른 시일에 유초중고통합학교에 필요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필요한 제도 보완을 이뤄내야 한다.

지역 우체국, 경찰서, 주민센터, 경로당 등 주민 편의시설을 통합형 학교 울타리 안으로 넣는 방법도 있다. 도서벽지 폐교지역의 부모와 학생이 원하면 원격 수업을 활용한 홈스쿨링이 되도록 지원하고 주 1회 정도는 교사가 방문해 확인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원은 6년 이후까지 추정이 가능하다. 즉, 어느 지역 학교가 몇 년 뒤에 폐교 대상이 될 것인지 예측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작은학교 유인책을 마련할 것인지, 폐교할 것인지, 혹은 새로운 용도로 변경해 활용할 지에 대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지방자치단체, 해당 학교의 교원과 학부모단체, 지역사회 대표 등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거대한 시스템으로서 정부가 다가올 문제를 예측하고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으리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속 교육청과 정부는 당장 눈앞의 문제해결에 급급하고 다음 선거를 위해 성과를 내야 하는 일회용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것 같다. 문제가 예측돼도 몇 년 뒤 자신이 그 자리에 없을 것이므로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도 늘고 있다고 한다. 언론과 시민단체, 국민 개개인이 깨어 있어야만 출산율 저하와 그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