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준 교수 |
유럽 농민들의 상황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은 건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우리나라 농촌의 농민들도 현재 겪고 있는 막막함과 아픔은 유럽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수확량의 변동과 그에 따른 가격 등락, 범람하는 값싼 수입 농산물, 무역분쟁과 전쟁으로 인한 유류비 및 영농자재비의 상승, 농업 인구 감소 등등. 우리 농민들은 이중고, 삼중고, 그 이상을 겪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농업인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농업보조금에 대해 불편한 오해가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종의 ‘퍼주기’식으로 지원되어 오히려 농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팩트를 체크해보면 사실과 다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부의 재정으로 지원되는 우리나라 농업보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불과하다. OECD에서는 농산물의 국내외 가격차에 생산량을 곱한 금액까지 모두 보조금(PSE·생산자지지추정치)으로 산정하는데, 이 때문에 국제시세보다 높은 품목이 많은 국내 특성상 과대 계산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그래서 단순 수치로만 보면 보조금이 많아 보이는 것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농업총생산액에서의 보조금 비율을 비교하는 게 바람직하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조금 수준은 2019~2021년 3년간 평균 6.2%로 OECD 38개국 가운데 30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는 OECD 평균 17.4%와 비교 할 때 거의 1/3에 불과하고, 일본은 9.9%, 미국 11.7%로 우리보다 높다. 유럽연합 22개국은 4위~25위로 우리 아래인 나라는 하나도 없다. 이처럼 선진국의 보조금 수준이 높은 것은 농업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다양한 농업정책을 통해 농가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시 불필요한 오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발판으로 농업과 농촌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농업은 단지 식량을 생산하는 기능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생태계 및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지역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며, 국민 생존권을 보장하는 등 다원적인 공익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농업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효율적·효과적으로 이루어 져서,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곧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우리 농민들이 마음속에도 희망이 가득한 봄이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