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이명노>역사적으로 대학생의 입을 막은 정권은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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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이명노>역사적으로 대학생의 입을 막은 정권은 망했다
이명노 광주시의원
  • 입력 : 2024. 02.22(목) 13:43
이명노 광주시의원
‘효율’은 투입한 노력에 비해 얻는 결과가 큰 것을 말한다. 정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통치 체제는 독재라고 했던가. 뼈아픈 역사나 외국 사례에서나 확인해야 할 이치를 현재 대한민국에서 확인하고 있다. 다소 비효율적일지라도 합의 과정으로부터 부여되는 지속성 덕분에 인류는 점차 민주주의를 채택해 나갔고, 그 룰은 피와 땀으로 처절하게 지켜져 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안타깝게도 지극히 효율적인 통치 방식을 채택했다.

대한민국 최상위권 대학에서 졸업생이 입이 막힌 채 끌려 나갔다. 치열한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 학문의 전당에서 모든 걸 걸고 공부한 졸업생이 받은 졸업 선물은 입틀막과 퇴장이었다.

두 눈을 의심했다. 대통령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일이 입막음을 당한 채 사지를 들려 끌려 나가는 치욕스러운 대가로 다가올 만큼 위험한 일이란 말인가. 누구도 대통령에게 국민의 입을 막을 권한은 주지 않았다. 그것도 사회의 미래에 빗대는 청년 대학생의 입을.

한 달도 채 앞서지 않은 날,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도 끌려 나갔다. 끌려간 강성희 의원의 정당도 지역구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가 국민의 정당한 합의 과정인 선거를 거쳐 의사를 위임받은 국민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이다. 적게는 13만, 많게는 27만가량에서 더 많게는 5000만의 국민의 의사를 위임받은 대리인, 국회의원은 한 사람의 인간을 넘어 그 주권자들 모두를 위해 존중하고 예우해야 한다. 입과 사지를 잡혀 끌려 나간 인물은 정치인 1인이 아닌 국가의 주인, 국민이었다.

대통령 앞에서 입을 연 죄로 국민도 끌려 나갔고 이 나라의 미래도 끌려 나갔다. 이제 대통령 앞에서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은 위기다. 그러나 그가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우리도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고민해 본다.

먼저 가장 기대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대통령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공식 석상에서 국민의 비판을 경험한 지도자는 많다. 그러나 그 대처는 달랐다. 위 두 사건 이후 SNS를 뜨겁게 달군 모범 사례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 44대 대통령은 2013년 연설 중 돌발발언을 한 청년을 제지하지 않고 발언을 듣고 토론으로 설득했다. 청중은 박수를 쳤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 행사에서 기습시위를 하는 시민에게 별도의 대화시간을 제안했다.

길이 회자되는 두 지도자의 모습이다. 물론 지금 지도자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두 번째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설 때다. 국가가 위기일 때 국민은 만사를 제쳐두고 거리에 나섰다.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정의를 외치며 싸웠다. 우리나라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꾼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리고 그런 국민을 가진 나라다. 그러나 이 방법도 최소한의 양심을 지닌 정권이라야 들을 수 있는 방안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실현가능한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선거다. 국회에 보내는 300의 전사를 어떤 이들로 배치하는지부터 설계해 우리의 말할 권리를 지켜야 한다. 이 역시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가슴속에 촛불을 하나씩 켜고 투표소로 가야 한다. 같은 마음으로 여론조사 전화도 응하고 적극적으로 이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강압수사를 일삼던 검사와 검찰에게 우리의 뜻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행동하는 양심으로 보여줘야 한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으로 우리는 학습했다. 대학생의 입을 막은 정권은 어김없이 망했다. 언젠가는 어두웠던 시기의 깨어있는 지식인으로 여겨져서지만 시대가 변했다고 하더라도 청년 대학생이 나라의 미래라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국민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짓밟은 정권을 좌시하지 않는 정의를 알고 있다. 그 정의가 힘을 가지는 ‘정의력’있는 세상을 만들 때다.

대학 졸업 직후 출마해 시민의 선택으로 당선된 광주의 청년 정치인 이명노가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4월10일 총선으로 옳은 게 이기는 사회를 만들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