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이타적 유전자.윤승태>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스물여덟 번째 기록-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를 다녀와서’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전남일보]이타적 유전자.윤승태>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스물여덟 번째 기록-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를 다녀와서’
윤승태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4. 02.21(수) 11:12
WHOI 관측선 Neil Amstrong. 필자 제공
윤승태 조교수
학위 과정 시절 연구실 사람들과 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어디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은지에 관해 자주 얘기를 나눴었다. 여러 해양 기관과 대학들이 후보지로 등장했지만 필자를 포함해 연구실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 곳 중 하나는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ion)였다.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해양 연구, 탐사, 교육 기관으로 아마 해양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해양 분야의 명문 기관이다.

필자는 박사 학위 취득 이후 박사 후 과정 연구 장학금(postdoctoral fellowship) 코스로 2018년 우즈홀 해양연구소에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지원 서류를 준비하면서 우즈홀 해양연구소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진과 관측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되었고, 우즈홀에 소속되어 대양을 누비며 세계적 해양학자가 되는 핑크빛 미래를 상상하기도 했다. 물론 필자가 지원한 코스는 경쟁률이 매우 높았고, 미국의 연구비 여건도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처럼 학위 과정 그리고 학위 취득 후에도 선망의 대상처럼 여겨왔던 우즈홀 연구소를 작년 10월 방문하였다. 지난번 칼럼에서 소개했던 미국 해양대기청 방문 일정 조율 시기에 우즈홀 해양연구소 박사님들과도 연락이 닿아 미국 해양대기청 방문 이후 3일간의 일정으로 우즈홀 해양연구소를 방문할 수 있었다.

다른 미국의 기관들이 대학과 연계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것처럼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해양 분야 후속세대를 양성한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MIT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우즈홀 해양연구소에는 최첨단 건물들이 즐비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보스턴 로건 국제 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린 뒤 우즈홀 해양연구소가 위치한 케이프 코드(Cape Code)에 처음 도착했을 때 눈 앞에는 우거진 숲과 바다만 있어서 매우 놀랐다. 우즈홀 해양연구소 건물들은 이 숲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건물들 역시 상상하던 최첨단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연구소 방문 기간 동안 세계적 연구진들을 만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며 겉보기에는 일반 대학 또는 연구소 건물일지 몰라도 그 안은 세계 최고의 연구진과 풍부한 해양 관측 장비 그리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았다.

우즈홀 해양연구소 방문 기간에는 영광스럽게도 우즈홀 연구자들 앞에서 ‘남극에서의 융빙수 역할 연구(Investigation of the role of glacial meltwater in the Antarctica)’ 제목으로 특별 물리 해양 세미나를 했고, 책임연구원(Senior Scientist)이신 서효대 박사님의 친절한 안내로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세계적인 물리 해양학자들과도 연구 토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여러 관측 연구실 투어를 통해 수중 글라이더, 해양 계류선, 아르고 플로트, 아이스 테더드 프로파일러(Ice Tethered Profiler) 등 다양한 해양 관측 장비를 직접 보고, 이들 장비들의 극지 해양 활용 방안에 관해서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박사 학위 과정과 박사 후 연구원 과정에 있는 한국인 학생들을 비롯해 물리해양학과 학과장을 맡고 계시는 권영오 박사님 등 한국인 연구자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실들을 경험하며 앞으로 필자의 연구실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수립 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회만 된다면 더 많은 국외 해양 기관들을 방문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배워올 계획이다. 요즘 국가에서도 과학 연구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독자분들에게 앞으로 활발한 국제 협력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