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 연윤열>영산포 홍어거리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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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 연윤열>영산포 홍어거리에 살어리랏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 입력 : 2024. 02.19(월) 13:48
연윤열 센터장
서울에서 고속전철을 타고 3시간 내려가면 나주역에 도착한다. 나주역 가까운 곳에 영산강이 흐르고 영산대교 양단에 선창이라는 마을과 홍어거리가 있다. 홍어거리에는 영산홍어, 영산포홍어, 강변홍어, 홍어세상, 진영홍어, 등대홍어, 금성수산, 삼성홍어 등 전문점이 수두룩하다. 영산포 역사갤러리 건물 벽에는 국내 유일의 내륙 등대 그림과 ‘영산강을 건너며’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해지는 영산포, 외로운 배에 사공 부르는 소리 울리네. 물결 잔잔하고 백사장 드넓으며 눈 살짝 내려 저물녘 산 밝구나. 숲 아득하여 행인 희미하고 안개 자욱하여 기러기 울음소리 은은하네. 강가에 어부의 집 있으니 여생을 여기에서 살고 싶구나.”

영산포는 고려말 부터 600년 이상 흑산도 홍어가 거래된 홍어 본고장이다. 삭힌 홍어는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함께 먹는 ‘홍어삼합’이 유명하다. 홍어는 귀한 손님에 대접하던 음식이고 결혼식, 회갑, 초상 등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았다. “홍어는 회, 구이, 국, 포 등으로 조리해 먹는다. 나주 사람들은 홍어를 삭혀 즐겨 먹는다”고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기록하고 있다.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생선의 종류는 많다. 그 중 수중생물이 절반 이상으로 2만 9000종에 이른다. 바다생선과 민물생선의 맛은 다르다. 홍어, 가오리, 상어는 약간 짜고 쓴맛이 나는 요소라는 특정물질을 활용한다. 육상 척추동물들은 단백질의 노폐물을 배설하기 위해 요소를 생성한다. 홍어는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재흡수한다. 혈액 속 요소가 많이 농축돼 있으면 해수의 삼투압 농도에 의해 체내 수분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몸 안팎 삼투압을 조절해주던 요소가 홍어가 죽은 뒤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냄새를 뿜는다. 코끝을 톡 쏘는 맛의 원인이다.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는 pH 8.5 이상의 강한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세균이 증식할 수 없다. 바다생선은 짠물을 마시고 뱉어 내기 때문에 체액내 용존물질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닷물은 중량의 3%가 소금이며 염화나트륨을 포함한 동물세포 용존 미네랄 적정농도는 1% 미만이다. 그 때문에 바다생선은 세포내 아미노산과 아민을 채워 바닷물 염도와 균형을 맞추게 된다. 글리신이라는 아미노산은 단맛을 내고 글루탐산소다 형태의 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나타냄으로서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든다. 생선은 어종에 따라 세포내 특정한 아미노산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TMAO(트리메틸아민옥사이드)라는 대체로 무미한 아민에 의존한다. 트리메틸아민옥사이드(TMAO)와 요소가 우리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은 생선이 죽게 되면 효소와 박테리아에 의해 역겨운 냄새가 나는 트리메틸아민(TMA)으로 전환되고 또다시 암모니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생선냄새 주범이다. 하지만 민물생선이 살고 있는 민물은 세포보다 염도가 낮기 때문에 아미노산, 아민, 요소 등을 축적할 필요가 없다. 생선살은 싱싱하건 오래되었건 간에 상대적으로 순한 맛이 난다. 살이 치밀한 일부 물고기는 50도에서 육즙이 가장 풍부한데 이 때 생선살은 약간 반투명하고 젤리와 비슷하다. 연골이 발달된 상어나 홍어처럼 결합조직의 콜라겐 비중이 큰 물고기들은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면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기 쉽고, 60도까지 익히지 않으면 질겨질 수 있다. 콜라겐이 풍부한 일부 연체동물도 오래 익히는 것이 좋다.

육류보다 생선이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을 제공해 주는 이유는 생선을 포함한 수중생물이 냉혈동물이기 때문이다.

생선과 조개·갑각류가 육류보다 빨리 상하는 것도 차가운 수중 환경 탓이다. 만일 비프스테이크를 바닷물에 던진다면 지방이 엉겨 딱딱해진다. 소의 세포는 동물의 정상 체온인 40도에서 작동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바다생선과 플랑크톤 세포막 에너지는 0도에서 액상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방산은 길고 구조가 불규칙하다. 낮은 온도로 내려가기 전까지 질서 정연한 결정체로 고체화가 되지 않는다. 포화지방이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는 탄소 사슬에 수소원자가 포화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탄소 원자들 사이에 서 이중결합되는 경우는 없으므로 사슬 속 각 탄소는 2개 수소 원자와 결합돼 있다. ‘불포화’ 지질은 중추를 따라 탄소 원자들 사이에서 하나 이상의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중결합된 탄소는 1개의 수소 원자와 1개 결합만을 갖게 된다. 1개 이상 이중결합을 가진 지방분자를 고도불포화 지방이라 한다. 생선은 지방 함유량에 따라 저지방(0.5~3%), 중간지방(3~7%), 고지방 생선(8~20%)으로 분류하는데 홍어는 대구, 도다리, 넙치, 볼락, 도미, 참치와 함께 저지방 생선에 해당한다. 생선은 단백질, 비타민 B계열 , 요오드, 칼슘 등 미네랄의 보고다. 바다생선은 오메가-3(길이가 긴 탄소원자 사슬에서 첫 번째 이중결합이 끝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탄소에 있다는 것을 의미)라는 고도로 불포화된 지방산이 풍부하다. 인간의 몸은 지방산을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홍어의 특징을 알았다면 조만간 봄이오는 길목 영산포로 홍어 미식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