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반려견이 전하는 착하디 착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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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반려견이 전하는 착하디 착한 이야기
김덕민 감독 ‘도그 데이즈’
  • 입력 : 2024. 02.18(일) 14:22
김덕민 감독 ‘도그 데이즈’. CJ ENM 제공
김덕민 감독 ‘도그 데이즈’. CJ ENM 제공
경이로움을 주는 한 친구가 있다. 전남대 동물병원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던 그 친구는 ‘이 아이가 사람이란 참 좋은 존재로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사랑을 듬뿍 주고 싶다’며 반려견으로서 돌보고 있다. 건강치 못한 아이들을 데려와 키우다 피치 못하여 하늘나라로 떠나보낼 적에 그 친구의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하기 어려웠다. 그 친구와 닮은 착한 사람들이 영화 ‘도그 데이즈’에 등장한다. 그래서 영화 ‘도그 데이즈’를 맑고 고운 ‘선한 영화’라 일컫고 싶다.

동물병원 ‘도그 데이즈’의 원장 진영(배우 김서형)은 고객의 팻뿐 아니라 유기견들, 병원 바로 옆 주차장에서 발견되곤 하는 떠돌이 치와와 ‘차장님’에게까지 애정을 듬뿍 주는 가히 팻맘이다. 동물병원이 세들어 있는 건물 2층에 건물주 민상(배우 유해진)이 산다. 그는 그다지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건물마당을 더럽히는 강아지 분변은 그의 일상에 짜증지수를 높일 뿐이다. 출근길 짜증지수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민상의 반응에 어느 연로한 고객이 끼어들어 “사과하라”며 따끔하게 몇 마디 던진다. 그러다 민상은 동물병원에 애완견을 진료받으러 온 그 고객이 세계적 건축가 조민서(배우 윤여정)임을 기억해낸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민상의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고, 급기야 민상은 민서와의 연결을 위해 진영에게 도움을 청하기에 이른다.

민서는 프랜치 블독 ‘완다’를 키우고 있다. 음식 배달하러 온 진우(배우 탕준상)가 완다를 보고서 “못 생겼지만 귀엽…” 소리에 팁을 주려다 마는 까칠 할머니다. 그녀가 완다와 산책중 협심증으로 쓰러지고 때마침 배달하러 가던 진우의 덕에 위기를 넘긴다. 그러다 완다는 행방불명이 되고 만다. 완다를 찾기 위해 진우의 도움을 받는 민서는 어느덧 진우와의 우정을 갖게 되고 슬며시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왜 제게 잘해주세요?”, “넌 안 늙어봤지만 난 젊어봤거든. 아르바이트 하는 청춘을 보면 안타깝고 어른으로서 미안한 거지. 청춘은 푸를 청, 봄 춘…. 네가 처해 있는 이 봄날이 더욱 푸르렀으면 한다….”

애견인 1500만 명 시대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인구 3명당 1명은 강아지와 동거동락중이라는 얘기다. 나머지 인구 2명당 1명은 혹 이렇게 얘기를 할는지 모른다. “개 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낫네…, 우리나라 저소득층이 얼마나 많은데, 청년은 실업난에 허덕여 알바나 하고 있고, 버려진 아이들은 내버려두면서… 쯧쯧!”

그러나 김덕민 감독은 이를 지나치지 않았다. 자식과 이역만리 떨어져 아플 때 달려오지도 못하고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서 오로지 반려견으로부터 위로를 얻는 할머니,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잃고 그녀가 남겨놓은 반려견과의 정을 쌓아가는 외톨이, 파양의 상처를 입고 다시 입양된 아이의 상흔을 달래주는 반려견과의 동반 등을 통해 충분히 답하고 있었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 이를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는 따스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영화 ‘도그 데이즈’는 개가 전하는 온기로 각박한 세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야기, 착하디 착한 이야기이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그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애견인뿐 아니라 포비아 층에게도 공감하게 하는 퍽 어려운 일을 해낸다. 영화의 효과를 높이는 극적 긴장감이나 반전, 긴박한 갈등 없이도 평화롭고 잔잔한 구성을 통해 쉼, 휴식, 힐링, 사랑을 설득해낸다. 이 설득은 개뿐 아니라 인간을 힐링하는 동물병원 ‘도그 데이즈’로 수렴된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주제의식이나 해피엔딩 등은 가족영화로서 적절해 보였다. 옴니버스처럼 등장인물들이 분절되지 않게끔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는 인물의 촘촘한 연결 구성도 옴니버스인 듯 아닌 듯 자연스러웠다. 김덕민 감독의 데뷔작이지만 그가 19년 동안 조감독한 오랜 경력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배우 윤여정은 무엇보다 감독의 사람 됨됨이를 보고 출연을 승낙했다는 후일담을 전한다. “사람이 착하니까 영화도 착할 거예요.” 2월 7일 개봉.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