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덮친 ‘도덕성 리스크’ 지도부 책임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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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민주 덮친 ‘도덕성 리스크’ 지도부 책임론 부상
허영 의원, 정개특위서 사퇴
계파간 한밤중 채팅방 설전
최강욱 당원정지 뒷북 징계
"지도부 온정주의가 화 키워"
  • 입력 : 2023. 11.22(수) 15:38
  •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최근 청년비하 문구를 비롯해 ‘대통령 탄핵’, ‘설치는 암컷’ 등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도덕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당 지도부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구두 경고에 그칠 뿐 징계 조치에는 미온적이었던 당 지도부의 온정주의가 강경파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키웠고, 내년 총선의 악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인에게 말 한 마디는 천근의 무게를 지녔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늘 진중하고 세심해야 한다”고 사실상 공개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전 의원에 대해, 당원자격 정지 6개월 비상 징계를 의결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당내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 대해서 엄정한 대처 및 경각심 환기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인사들 발언이 논란이 되고 기강해이함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상황을 당에서 볼 때 큰 부담이고 위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전 의원 사태에 대한 지도부의 사과가 있는 날에도 설화는 계속됐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종료 후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을 알고 계시냐”는 김 의원 물음에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후 허 의원은 “국민 개개인에게 선거제의 복잡한 산식까지 이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는 입장문을 내고, 정개특위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날 밤에는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논란’을 놓고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 의원들이 소속 의원들이 가입한 단체 채팅방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비명계의 비판에 일부 친명계 의원들이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당 안팎에선 청년비하 문구나 당 내외 인사들의 잇단 설화의 원인으로 당의 미온적인 대응을 꼽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 전 의원의 ‘짤짤이’ 발언으로 윤리심판원에 청구된 징계 재심 건을 1년 넘도록 결론 내리지 못했다. 최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 등의 변수가 생겼다는 이유로 징계 확정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일부 인사들의 강경 발언이 연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칠고 쎈 발언은 당내 강성 지지층으로 부터 환영을 받았고, 저급한 발언과 열렬 지지라는 악순환에도 이를 자제시키려는 당 지도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이 적극 나서 발언을 저지하기엔 힘들다는 취지였다.

이들의 발언 수위는 점차 높아져 이번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한 의원은 “강성 발언을 내놓는 사람들이 강성 지지층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고 있고 소위 제대로 된 당내 이야기는 자꾸 내부총질이라고 비판 받고 있는 분위기가 근본적인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인사들이 강성 지지층만을 위한 모습을 보여 중도층의 민심과는 거리가 먼 정치를 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도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따르는 책임을 무겁게 여기고, 절제된 언어와 품격있는 활동으로 임해주실 것을 거듭 부탁드린다”며 “민주당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민의 기대와 격려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