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도선인 기자의 인도네시아 미술여행>국내 아티스트 첫 '자카르타 침하 현장' 렌즈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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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도선인 기자의 인도네시아 미술여행>국내 아티스트 첫 '자카르타 침하 현장' 렌즈에 기록
광주 대표 청년 사진작가 이세현
최근 이틀간 통제지역 접근 작업
흔적만 남은 사원 모스크 소재로
근미래 ‘역사공간’ 카메라에 반추
  • 입력 : 2023. 11.20(월) 10:15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이세현 작가가 지난 17일 바다에 가라앉은 자카르타 북구 해안 지역을 찾아 사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남아 최대의 비지니스 도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는 지독한 교통체증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에 북부 지역부터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것. 자카르타 토지 침하는 수십 년간 지속된 문제다. 현재 상황으로는 1년에 25㎝ 가라앉고 있는 수준인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 빙하가 1년에 25m가량 녹고 있다는 한 연구결과와 비교하면 무서운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셈이다. 머지않은 미래, 자카르타는 현재의 시간에서 다시 마주할 수 없는 불행한 역사의 공간이 될지 모른다.

역사적 공간을 카메라를 통해 반추하는 광주 대표 청년작가 이세현이 국내 아티스트 중 최초로 물에 잠긴 자카르타 북부 지역을 찾아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 작가는 콜렉티브 오피스가 주관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및 교류전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현재 이곳에서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자카르타 대륙의 침하 문제였다. 완전히 물에 잠겨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동시대 일상의 장소를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작가는 지난 16~17일 안전상 이유로 접근이 통제된 해안과 접해있는 자카르타 북부 지역을 찾아 사진 작업에 몰두했다. 이미 40% 침하가 진행된 한 마을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사원을 일컫는 ‘모스크’를 소재 삼아 집중적으로 사진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건물 하단이 물에 잠겨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신의 공간마저도 잠겨버린 모습은 경고를 넘어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이세현 사진작가.

이세현 작가는 “실제로 확인한 현장은 더 충격적이었다”며 “과거 한때 평범한 해안가 마을이었을 공간인데 신화로만 접할법한 수중도시처럼 현재는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해서 바다가 범람해 해수면이 높아지자 이곳 사람들은 해안가를 따라 2m 높이 방파제를 쌓았다. 어느덧 방파제 바깥이 바다에 잠겨 주민들이 다 떠났다고 한다”며 “방파제 안쪽 인근에 여전히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는데 우기에는 바닷물이 방파제 벽까지 위협한다. 이 재난이 누군가에는 삶의 최전선에서 감당하고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주로 일상의 시간을 지나쳐 사건과 역사가 된 특정 장소에 천착해왔다. 대표적으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주 4·3 사건이 벌어진 현장,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경산 코발트 광산, 6·25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국내지역 등이 있다. 해당 장소의 목격자라 할 수 있는 그곳에 있던 돌과 흙을 던져 그곳의 배경과 함께 찰나를 렌즈에 담아낸다. 이곳 자카르타 북부에서 작업은 현재 진행되는 모습을 담은 것이기에 시간의 변주를 준 셈이다.

한편 이세현 작가는 오는 23일부터 12월 14일까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리는 광주청년작가 초대전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에 참여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세현 작가를 비롯해 유지원, 이인성, 정정하, 정승원, 하루 K, 김자이, 임용현 등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 청년작가들이 함께 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