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농업인의 날>아열대 작물 최적지?… 전남 농가 ‘버거운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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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농업인의 날>아열대 작물 최적지?… 전남 농가 ‘버거운 장벽’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농가·면적·생산 전국 50% 상회
생산투자 대비 수익 매년 감소
유류비·유통 등 문제해결 절실
  • 입력 : 2023. 11.09(목) 18:04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광주시민과 농민 등이 9일 서구 상무시민공원에서 광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생강과 감 등 농산물 품평회에 출품된 우수 농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나건호 기자
“기후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고 해서 아열대 작물로 선택했는데 이제와 포기할 수도 없고 난감할 따름입니다. 귀농을 결심한 게 후회됩니다.”

귀농인 한모(63)씨는 5년 전 고향인 보성군으로 돌아와 2000평(0.66㏊) 규모 애플망고를 재배 중이다. 한씨가 귀농을 결심하던 당시 기후변화로 과일 주산지가 북상하면서 아열대 작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한씨는 “처음짓는 농사였고 애플망고 등 아열대 작물이 흔하지 않을 때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 투자비용, 연료비, 인건비 등 높은 생산비는 초보 농업인에 버거운 장벽이 됐다.

한씨는 “5년째 재배 중인데 후회 막급하다. 아열대 작물의 연평균 기온이 낮아도 25도는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계절이 뚜렷하다”며 “가을, 겨울에 들어가는 난방비가 전체 생산비 절반을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9일 농촌진흥청 ‘2023 아열대 작물 재배현황’에 따르면 전국 7338농가가 4125㏊에서 5만1932톤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전남은 4160농가, 2453㏊에서 2만6125톤으로 전체 농가 56.7%, 재배면적 59.4%, 생산량 50.3%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지역 대표적인 아열대 작목은 애플망고, 구아바, 패션프루트(백향과), 용과, 올리브 등을 비롯해 파파야, 바나나, 키위, 무화과, 석류, 파인애플, 비파 등이다. 채소 특수작물 역시 12개로 오크라, 삼채, 여주, 공심채 강황을 비롯해 얌빈, 롱빈, 아티초크, 인디안 시금치, 커피, 차요테, 차나무 등이다.

아열대 작목이 전남이 최다 재배지인 만큼 재배면적과 농가 역시 매년 증가추세다. 2018년 82.5㏊(454 농가), 2019년 185.3㏊(1020 농가), 2020년 308.8㏊(1541농가), 2021년 415.1㏊(2791농가)였다. 지난해 1425.8.8㏊(2954농가), 올해 2452.6㏊(4160농가)로 최근 3년 새 급증세를 보였다.

전남도내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이 10년새 크게 늘었지만 해결할 문제점과 한계 역시 드러나고 있다.

아열대 작물은 온도가 25도 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돼야 저온 피해를 보지 않고 수확이 가능하다. 때문에 최근 5년간 농업용 전기요금, 유류비 등 온실 유지를 위한 부담이 커지는 실정이다.

한씨는 “매년 수익의 절반을 한전에 바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용 전기요금 인상 뉴스가 나오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기존 농업 환경에 의존한 유통 방식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전남에서 생산 중인 열대과일은 기존 수입산과 대비해 고가에 형성돼 판로 개척에 애로를 겪는 중이다.

3년째 해남군에서 바나나를 생산 중인 정모(46)씨는 “바나나의 경우 국민 과일이라는 인식과 함께 일부 동남아에서 저가, 대량으로 수입되다 보니 가격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원가는 높은 데다가 불안정한 생산성까지 더해져 유통망 확보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저렴한 수입산과 경쟁하기 위해 국산, 친환경 마크를 붙이더라도 국내산 바나나를 찾는 소비자층은 한정적이다”며 “전남산 바나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비 촉진을 위한 유통, 홍보 등 지원과 시장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지난 2020년 4월 전국 최초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해 왔다. 2021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아열대과수 육성사업과 신소득 원예특화단지 조성사업비로 올해까지 224억원을 투입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도 농수산식품국 관계자는 “전남도가 아열대 작목을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데 아열대 농업의 근간을 전남도가 이루고 있다는 의미”라며 “육성 과정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은 편이지만 해결방안을 모색, 제시하고 있다. 농업인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고 전남도가 아열대 작목 1번지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