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데스크칼럼>광주, 그리고 e스포츠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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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데스크칼럼>광주, 그리고 e스포츠의 세상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3. 11.02(목) 13:06
노병하 부장
직장인이었던 김관우씨는 얼마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만 나이로 44세인 그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출전 종목은 e스포츠 분야의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

김씨가 출전한 스트리트파이터 5는 격투 게임 장르로 국내에선 비주류에 속한다. 대회 규모도 크지 않다 보니 겸업을 하는 선수도 많다. 그래서 김씨도 게임 개발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가 금메달을 따자 가장 환호했던 사람들은 그와 같은 나이대인 40대들이었다. 또 카더라 뉴스이지만 김씨의 금메달로 인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조이스틱’이 그렇게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PC로 격투게임을 하기위해서다.

e스포츠의 세상이 왔다. 모두에게 공평한 가상세계의 스포츠. 이곳엔 남녀노소도 없고, 장애와 비장애도 없다. 그야말로 유토피아적 평등이다.

광주시에도 이런 대회가 곧 열린다.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대한장애인체육회 주관으로 '2023년 제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가 광주e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24일부터 27일까지다.

광주는 노하우가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을 개최하고 올해 4월에는 전국 최초 장애인 e스포츠 프로게임단 ‘무등선수단’이 창단되어 5월에 열린 장애인 학생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광주는 지난 2020년 ‘아시아 e스포츠 메카’를 외치며 조선대 해오름관에 전국 최대 규모의 e스포츠경기장을 건립했다. 경기장은 주경기장 1005석·보조경기장 160석 규모로 마련됐으며, 주경기장에는 15.5m×4m 규모의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해 현장을 찾는 관객들이 보다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자 그렇다면 점검해보자. 광주는 정말 e스포츠의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 있는가? 특히 전국 최초의 장애인 선수단을 구성한 명예를 지킬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덧붙여 광주는 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을 주축으로 전국 첫 장애인e스포츠선수단인 ‘무등’이 존재한다. 선수단 모집 공고에만 50여 명이 신청해, 39명(지적·자폐·시각장애인)이 발탁됐다.

무등은 출범 석달만에 지난 6월 광주시체육회 소속으로 출전한 제17회 전국장애학생체전에서 e스포츠 부문 동메달을, 7월 출전한 천안 흥타령배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에서 금·은(2)·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e스포츠 콘텐츠 부재와 편의시설 부족은 심각하다. 이는 일선 취재기자를 현장에 보내 샅샅이 뒤져서 얻은 뼈아픈 현실이다.

일단 지역에 장애인 e스포츠 대회나 교육기관이 없다. 또한 지난해 11월을 제외하고는 광주서 e스포츠 행사가 열리면 죄다 비장애인들이 대상이었다. 더욱이 조선대 경기장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아예 들어오는 것 조차 힘들다.

실제 작년 대회의 경우 경기장에 오는 동안에 장애인을 위한 마땅한 길 안내도 없었고, 경기장 내 점자가 끊기거나 좌석이 고정돼있는 등 아예 장애인은 앉지 말라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선수단인 무등에게도 배려가 없었다.

무등은 창단후 조선대 경기장에서 연습을 했는데 책상과 책상 사이가 붙어있는 데다,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높낮이 조절도 안 됐다. 장애인들은 혼자서 교육·생활하기 어려워 보조인이 필요한데, 이런 경우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여기에 장애인들의 주 종목인 닌텐도 등은 따로 공간이 없어 아예 연습조차 못했다. 결국 무등 선수단은 지난 6월부터는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매주 2회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마주했을때 리더의 역할은 ‘과감한 결정’까지이다. 그에 따른 세부적인 상황은 밑에서 움직여 줘야 한다.

지금 광주는 강기정 시장의 ‘과감한 결단’ 아래 e스포츠의 문을 두들기고 있다. 어쩌면 광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밑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기껏해야 김광진 부시장 정도다. 그 역시 목이 아프도록 외치지만, 변화는 더디거나 거의 없다.

광주시청 직원들의 업무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그들이 마음 먹으면 기본 인프라 구축 정도는 한달이면 정리될 수 있다.(이를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안되고 있다면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 된다.

전라도 말로 ‘기왕 할 거면 잘하자’. 그리고 잘할 거면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게 하자. ‘광주의 자존심’이라는 단어, 이제는 좀 지켜줘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