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 시리즈>“광주 e스포츠팀 ‘무등’은 정말 좋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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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발위 시리즈>“광주 e스포츠팀 ‘무등’은 정말 좋은 사례”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 <끝>이명호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
한국장애인e스포츠 발굴 등 ‘앞장’
세계장애e스포츠대회 등 유치 목표
“e스포츠 발전 위해 지역 앞장서야“
  • 입력 : 2023. 10.31(화) 18:37
  • 송민섭·정성현 기자
이명호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 정성현 기자
올해 1월 임기를 시작한 이명호(61)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에게 지난 1년은 그야말로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불모지였던 ‘장애인 e스포츠’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동안 장애인 e스포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사회와 협조·소통하는 등 제도 정착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반을 닦았으니 다음 순서는 도약이다. ‘국제 장애인 e스포츠 대회 유치’가 목표라는 이 회장에게, 장애인e스포츠의 현실 등에 대한 생각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포부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 첫해를 보내고 있다. 연맹 소개와 짧은 소회를 부탁드린다.

△장애인e스포츠연맹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준가맹단체로, 산하에 13개 전국 지부가 있다. 최근 항저우아시안게임으로 e스포츠가 전국적 인기에 돌입하면서 장애인 e스포츠도 덩달아 관심·문의가 뜨거워졌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주요 광역시·도에 지부를 모두 설치하는 등 저변 확대에 노력할 예정이다. 취임 1년 차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장애인e스포츠 대회가 여름부터 시작하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몇 달 전부터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아무래도 ‘e스포츠’라는 종목 자체가 생소하지 않나. 거기에 ‘장애인’이 붙으면 더 그렇다. 대중화 사업 등을 통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취임 후 축하를 받을 새도 없이 현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다.

-회장을 맡기 전에는 지역 장애인e스포츠협회장을 맡았다. 당시 있었던 우여곡절과 함께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2년간 충남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당시 가장 큰 문제점은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흥타령배 전국 장애인e스포츠대회를 유치해 선수를 모집했는데, 지자체 지원이 없으니 도시락부터 교통·숙박비까지 온전히 연맹에서 감내해야 했다. 상금도 거의 없었다. 그때는 국내에서 ‘e스포츠 한다’ 하면 ‘그게 뭐냐’고 되묻는 게 허다했다. 당연히 지원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참 착잡하던 시기였다. 그래도 버티고 했다. 제주도(2009년)와 서울(2017년)에서 세계대회도 유치하고 지자체와 장애인e스포츠 발굴·저변 확대를 위해 계속 만남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발달 장애 정보화 대회(e스포츠)도 생기고 이제는 패럴림픽에도 들어가야 할 수순이 됐다. 조만간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조율해 이르면 내년께 e스포츠를 전국장애인체전 시범종목으로 넣을 계획도 잡고 있다. e스포츠대회에 참가한 장애인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장애인과 겨룰 수 있는 스포츠라 승리에 대한 열망이 더 생긴다’고 말한다. 선수를 발굴하는 과정은 어렵지만, 제도·사회적으로 잘 마련만 된다면 앞으로 IT·인공지능 시대에 이만한 먹거리가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e스포츠가 장애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기장 등이 대부분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다’는 하소연도 들리는데.

△항저우아시안게임으로 e스포츠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덩달아 장애인들의 e스포츠도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말 좋은 일이다. 다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패럴림픽이나 전국체전에 참여하려면 결국 ‘선수단’이 꾸려져야 한다. 그러려면 기반이 돼야 하는 게 결국 경기장이다. 지금 대부분 개설된 경기장을 보면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공간은 없다. 특히 의자 같은 경우가 대부분 고정식이라, 장애인들을 위한 세팅이 불가능하다. 광주의 경우도 지난 5월 장애인 e스포츠단 ‘무등’ 창단식 때 가 보니 비슷했다. 결국 지자체에서 함께 나서줘야 한다. 세종시는 조만간 장애인e스포츠전용구장을 설립하기 위해 연맹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 가능하다.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연습할 환경을 만들어주면 저변 확대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광주서 장애인 e스포츠단 ‘무등’이 전국 최초로 창단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정말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 시·도에서 관심 두고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와 충남지역에서는 실제로 장애인e스포츠 구단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무등이 전국에 동기부여를 준 거다. 현재까지는 큰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없다 보니 뚜렷하게 활약하는 바는 없지만, 앞으로 각 지자체에서 실업팀이나 프로팀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야구·축구 등처럼 지역 대항전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업으로서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되고 더 나아가 국가대표까지 바라보게 된다. 다만,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절실하다. 시작은 민간에서 할 수 있지만 결국 공식적인 루트를 밟아야만 양지로 나올 수 있다. 중앙 연맹에 속해 있는 임기 동안 이 과정을 꼭 이뤄놓고 싶다.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가 있다면.

△충남장애인e스포츠연맹에 속해있을 당시 진행했던 세계대회를 다시 한번 유치해 보고 싶다. 그때와 지금의 ‘e스포츠’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울러 그간 개인적으로도 많은 경험이 축적됐다. 더 완벽한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선수는 결국 경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연습해도 수상 실적이 없으면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회가 개최되어야 장애인 e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심판 등 모든 이들이 존중받을 수 있다. 메이저 대회를 통해 지자체와 기업의 지원을 받는다면 그만큼 활성화도 된다. 궁극적으로는 e스포츠가 장애인들의 일자리로서 자리 잡길 바란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는 기업의 입장에서 장애인e스포츠가 사회적으로 인정·대우받는다면,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네이밍 스폰’을 할 수 있다. 관리는 각 지역 장애인e스포츠연맹에서 하고 기업에는 명분만 쥐여주면 된다.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게 당장 바라보고 있는 목표다.

-끝으로 광주장애인e스포츠에 대한 조언을 짧게 부탁드린다.

△광주에서 11월 ‘제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가 열린다. 정말 의미 있는 행사가 개최된다는 것에 축하의 말을 보내고 싶다. 결국 이렇게 지자체가 나서줘야 흐름을 탈 수 있다. 큰 수익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역민과 약자들을 위해서 이런 대회가 많이 열려야 한다. 비단 이번 대회에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 ‘광주시장배’와 ‘무등산배’ 같이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자체 대회도 많이 구상해 주길 바란다. 광주는 지역 내 장애인e스포츠 선수와 꿈나무들이 많다. 이들이 ‘광주’ 이름을 달고 대회에 나가면 얼마나 큰 자긍심을 갖겠나. 좋은 인프라가 조성된 만큼,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당장의 시작은 미미할지 몰라도 앞으로 이 시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장애인 e스포츠가 트렌드화가 된 이후 ‘인권 도시 광주는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하겠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난 7월 충남 천안에서 열린 흥타령배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 현장 모습. 정성현 기자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