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언더독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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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언더독의 반란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10.25(수) 16:40
최동환 부장
스포츠에서 약팀과 강팀이 붙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다. ‘언더독’은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언더독의 반란’은 우리에게 재미난 감동을 준다. 약자(언더독)가 강자(톱독·Topdog)를 꺾고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을 때 느끼는 희열때문이다.

지난 2000년 프랑스 축구연맹이 주최한 FA컵 대회에서 인구 8만명인 작은 항구도시 칼레(Calais)가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했다. 4부 리그 아마추어 축구팀 ‘칼레 RUFC’가 상위리그 강호들을 연거푸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록 칼레는 1부 리그 FC낭트에 1-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는 ‘칼레의 기적’으로 불리며 ‘언더독의 반란’을 묘사할 때마다 회자되고 있다.

올해 광주ㆍ전남지역 축구계에 칼레 못지않은 ‘기적의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언더독의 반란’이 일고 있다. 광주와 목포를 연고로 한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와 세미프로 K3리그 FC목포다. 두 구단은 열악한 팀 사정에도 불구하고 조직력을 앞세워 각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K리그2에 있었던 광주FC는 우승하며 올시즌 K리그1에 승격했다. 승격팀인 데다 걸출한 선수 영입이 없어 시즌 개막전 강등 1순위로 꼽혔다. 이정효 감독과 선수들은 전문가들의 저평가를 뒤집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획득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시즌 도중 위기도 있었지만 물러서지 않는 공격 축구로 강팀들과 맞서 싸우며 정규라운드 3위로 파이널A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21일 1위팀 울산 현대와의 파이널라운드 첫 경기마저 1-0 승리를 거두면서 2위 포항과의 승점 차를 2점으로 줄이며 구단 역대 1부리그 최고 성적과 창단 첫 ACL 티켓 획득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지난시즌 K3리그 13위였던 목포FC는 올시즌 무려 11계단을 뛰어넘어 창단 첫 우승을 넘보고 있다. 방출선수 등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FC목포 선수단은 무명의 설움을 딛고 K리그 입성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며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특히 올시즌을 앞두고 조덕제 감독이 부임하면서 조직력과 정신력에서 새롭게 무장한 선수들은 최근 1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등 1위 화성FC를 승점 4점 차로 쫓으며 우승을 다투고 있다.

ACL을 향한 광주FC와 첫 우승을 정조준한 FC목포가 잔여 경기에서도 선전해 ‘칼레의 기적’처럼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해 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