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팜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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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팜푸리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10.24(화) 16:20
양가람 기자
의사이자 수도자인 성 리카르두스 팜푸리(Richardus Pampuri, 또는 리카르도)는 1897년 이탈리아의 파비아(Pavia) 근처 트리볼지오(Trivolzio)에서 태어났다. 1921년 파비아 대학 약학과와 외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의사인 삼촌 밑에서 3년간 의료 실습을 마치고 밀라노의 한 병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전장에서 야전 의사로 일했고, 제대 후에는 의사가 되어 무료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봤다. 이후엔 수도자로서 삶도 살았는데, 그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나눔의 모범’이 됐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얻은 병으로 급격히 건강이 악화됐고, 결국 1930년 33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1970년 밀라노에서 열린 팜푸리의 시성식에서 그는 ‘하느님의 종(Servant of God)’이라는 칭호를 받았고, 1989년에는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聖人)으로 선포됐다.

광주에도 지난 2012년 리카르두스 팜푸리의 이름을 딴 치유형 대안교육기관이 문을 열었다. 학교·가정폭력, 극심한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는 광주와 전남지역 청소년 수십명이 해당 기관(팜푸리 성장학교)에서 치료와 교육을 받았다. 짧은 기간이나마 입원 치료를 받았던 학생들은 건강해진 모습으로 가정과 학교로 복귀했고, 극단적 상황으로 본인을 내몰았던 학생들도 안정감을 찾았다.

아쉽게도 지난해 말, 수년 간 지역 청소년들의 정신건강회복과 교육을 책임져왔던 해당 기관이 교육청에 위탁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부랴부랴 다른 위탁기관을 찾아다녔으나 돌아오는 건 “어렵다”는 대답 뿐이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청소년들의 신음소리만 깊어졌다. 학교로 복귀했던 학생들은 부적응을 호소했고, 병원치료를 택한 학생들은 또다시 학력(업)단절을 겪어야 했다.

경쟁을 부추기는 성적지상주의,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만 치부하는 현 사회 구조 속에서 우울증과 ADHD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2021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광주 지역의 학업중단자는 지난 2019년 1388명, 2020년 887명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질병으로 인한 자퇴는 2019년 44명, 2020년 28명이다. 전남지역 학업중단자는 2019년 1302명, 2020년 948명이고, 질병으로 인한 자퇴는 2019년 58명, 2020년 31명이다. 전국 통계 2019년 5만2261명(질병 자퇴 1054명) 2020년 3만2027명(질병 자퇴 733명)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오는 26일 광주시교육청에서 병원형 위(Wee)센터 및 대안교육 민간위탁기관 선정 심사가 진행된다. 새로운 기관이 하루빨리 문을 열고 성 리카르두스 팜푸리의 나눔 정신을 오래도록 이어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