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씁쓸한 기아 무분규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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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씁쓸한 기아 무분규 타결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10.22(일) 15:03
최권범 부장
기아가 3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이어가게 됐다는 소식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70%가 넘는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16차례나 본교섭을 벌인 결과다.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들이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것과는 달리 기아 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강경 행보를 이어오다 지난 17일 잠정 합의안에 사인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고용세습’ 조항을 개선하기로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단협에는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대기업 노조가 일자리마저 대물림하겠다는 것은 ‘현대판 음서제’로 볼 수밖에 없다는 여론의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 2월에는 노동부가 이를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해 폐지하라고 시정명령까지 내렸지만 노조는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그라지지 않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노조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번 임단협에서 해당 조항에 있던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문구를 삭제하고,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변경한 것이다.

노조는 고용세습을 포기하는 대신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역대급 금전적 이익을 챙겼다.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무분규 타결 무상주 34주 지급 등 평범한 직장 근로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내용들이다.

대유위니아 사태로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에서 지역에 대형 사업장을 둔 기아의 무분규 교섭 타결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되짚어보면 씁쓸한 기분이 더 드는게 사실이다. 모쪼록 이번 기아 사례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현실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데에만 혈안인 ‘집단 이기주의’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