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전남 응급의료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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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 전남 응급의료의 붕괴
최황지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3. 10.19(목) 17:09
최황지 기자
완도, 고흥 등 도서지역의 열악한 의료여건을 설명하면서 권순석 화순 전남대병원 교수는 착잡해했다. 전남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의사는 전남의 의료 현실을 보고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 같다”는 자조섞인 말도 했다.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오랫동안 이를 못본 척 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시스템이 가장 먼저 붕괴되는 곳이 전남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소아과 응급실 뺑뺑이에서 더 나아가 전남에 있는 응급실이 상당수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다.

응급의료 붕괴의 전조는 벌써 감지되고 있다. 매년 보건복지부는 당해 응급의료기관의 평가를 발표한다. 지난해에 C등급을 받은 전국 응급의료기관은 모두 52곳이었는데 이중에서 2년 연속 C등급을 받은 곳은 완도 대성병원과 영주기독병원(경북 영주)이었다. 두 곳은 모두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로 응급의료기관의 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해에도 낙제점을 받았다. 하위등급을 받은 건 필수 의료인력 조차 갖추지 못한 결과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응급의료기관에서 탈락돼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우려가 나온다. 완도 대성병원이 응급의료기관에서 제외된다면 완도에서 유일한 응급의료기관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군 단위 하나에 응급실이 하나도 없게 된다.

비단 완도 대성병원 뿐만이 아니라 전남도내 군단위 응급의료기관 모두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전남도내 필수의료기관인 ‘응급의료’의 산소호흡기 마저 떼어낸다면 전남의 응급체계는 곧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

전남의 열악한 의료계에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듭 나오는 이유다. 전국 광역단위 중에 유일하게 전남에만 의과대학이 없는 상황에서 의대 유치가 간절한 이유는 지역민들의 최소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지역 의료 여건 상승의 기둥이 되는 의과대학 확충이 절실하다. 전남의 ‘의료 재난’을 해결할 정부의 리더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