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진 험지 차출론’ 놓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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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야, ‘중진 험지 차출론’ 놓고 설왕설래
하태경 ‘서울 출마’ 후 본격 거론
민주, 계파간 미묘한 신경전 양상
비명계 “기득권 인사부터 차출을”
국힘, 영남 중진들 수도권 출마론
  • 입력 : 2023. 10.18(수) 18:14
  •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중진 험지 차출론’이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인 하태경 의원의 ‘내년 국회의원 선거 서울 출마’선언 이후 이른바 ‘제2·3의 하태경’으로 불리는 ‘험지 출마론’이 여야 모두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계파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를 중심으로 3선 이상 수도권 다선 의원들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가 나오자, 중진이 다수 포진한 비명(비이재명)계가 기득권 인사부터 차출해야 한다며 맞서는 등 경계하는 분위기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 계파를 겨냥한 험지 차출론에 선을 그으면서도, 이재명 대표 험지 출마론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의원은 비명계 험지 출마설에 대해, “그게 그렇게 되겠나”라며 “어떻게 당이 여러 중진들 가운데 특정인 누구, 비명만 뽑아서 ‘너는 험지에 출마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대표 험지 차출론에 대해서는, “본인도 당의 승리를 위해서 모든 걸 하겠다고 얘기를 하셨으니까 당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본인 스스로가 결정을 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외 친명계 ‘더민주혁신회의’는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압박해오고 있다.

혁신회는 지난 7월에 이어 9월 홍익표 원내대표 당선 직후에도 ‘중진 물갈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친명계 재선 김두관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중진들이 충청·영남으로 지역구를 옮겨 당에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험지 출마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명계에선 당 중진 의원들이 많은 만큼, 이 같은 요구는 특정 계파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적지않다. 선수 보다는 기득권이 험지 출마의 기준이 돼야한다는 비명계 일각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하태경 발’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이 나오고 있다.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2, 제3의 하태경이 나와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난맥상을 풀기 위해 험지 출마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당내 영남 중진들의 인지도가 낮아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자기 지역구를 버리고 아무리 3·4선한 중진도 전혀 연고 없고 잘 모르는 지역에 가서 당선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험지 출마에서 나아가 ‘불출마’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공천에서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이해찬·정청래 의원을 컷오프했던 사례를 들었다.

당내 험지 출마론은 최대 30명대에서 적어도 20명 정도일 것으로 관측되는 ‘용산 차출설’과 맞물려 있어, 영남권이나 서울 강남 지역 중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