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싸움판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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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싸움판 국정감사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3. 10.17(화) 16:05
박성원 국장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상황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잘못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다. 국정감사는 1948년 제헌헌법을 통해 도입됐으나 1972년 박정희 독재정권의 유신헌법에 의해 사라졌다. 이후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표출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폐지된 지 15년 만에 국정감사가 헌법에 다시 명문화됐다.

지난 10일 시작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열린 국감에서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일주일을 넘긴 국정감사를 중간 평가한다면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 것 같다. 당초의 우려대로 정치적 공방이 주류를 이루는 ‘싸움판 국정감사’의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정감사가 본질에서 벗어나 여야 대치의 연장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여당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들쑤시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부각시키느라 목소리를 높인다. 피감기관인 행정부 공무원들을 불러놓고 그 앞에서 벌이는 여야 의원 간의 인신공격성 언쟁은 정말 볼썽사납다. 자료 미제출, 증인 불출석 등을 둘러싼 대립과 다툼 속에 차분하고 밀도 있고 깊이 있는 감사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의원들의 국정감사 준비 부족도 심각하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피감기관을 윽박지르는데 급급한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 소스를 인용한 터무니없는 폭로로 망신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원들의 ‘속기록 남기기’ 경쟁도 여전하다. 의원들은 주어진 질의시간에 무차별 질문을 쏟아내다가 정작 피감기관측의 답변이 시작되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서면 답변으로 대체해달라고 한다. 국정감사가 겉치레로 흐른다는 비난을 듣는 큰 원인이 여기 있다.

물론 사전에 철저한 현장조사와 자료 수집을 통해 국정감사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의원들도 있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기대를 저버린지 오래다. 올 국정감사가 열흘 남짓 남았다. 남은 기간이라도 자기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생산적인 비판과 합리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국정감사의 취지를 살려주기 바란다. 이번 국정감사 성적표가 내년 총선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