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기축옥사는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송강 정철이 주도한 사건’으로 규정해 왔다. 옥사를 지휘한 서인 당수 정철이 이 사건을 맡아 동인을 혹독하게 조사하고 무자비하게 처형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동인이 저술한 책들도 대부분 정철을 천하의 모사꾼으로 표현했다. 임금이던 선조마저 ‘악독한 정철이 내 선한 신하들을 다 죽였다’(毒澈殺我良臣·독철살아량신)고 했다. 정치판이 완전히 망가지고 3년 뒤 임진왜란까지 터진 상황에서 무책임하기 그지 없는 말이다.
기축옥사 434주년을 맞아 광주에서 활동하는 재야 역사 작가 양성현이 ‘기축옥사’의 진실을 밝힌 신간 ‘유성룡 기축옥사’를 펴냈다.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지만 기축옥사는 왕위 계승의 정통성이 부족한 선조가 유성룡과 함께 정여립의 모반 사건을 빌미로 자신의 입지를 위해 동인 세력을 토벌한 대참극이었다는 것이 양 작가의 설명이다. 선비들의 개혁 요구에서 살아 남으려는 선조,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유성룡과 이항복, 당리를 위해 정적을 죽이는 정철까지. 그런 다툼 속에서 옥사를 일으킨 주역은 개혁을 요구하던 선비들 속에서 자리를 지키려 했던 임금 선조였다는 것이다.
실제 유성룡은 기축옥사 당시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승승장구했다. 기축옥사와 그 직후 당상관에서부터 영의정까지 단번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 그였다. 권력도 독점했다. 반면 정철은 위관을 맡은 지 한 달 만에 임금의 눈 밖으로 밀려났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짖어왔고, 멈추지 않았던 왜곡된 역사와 폐단을 적확하게 바로잡고 싶어 오늘, 이 책을 내놨다”는 양 작가. 조선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기축옥사의 진실을 밝히고, 이면에 숨은 유성룡의 행적을 파헤치려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