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섭 기자 |
현수막공해는 지난해 12월 수량과 장소 제한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게 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 되면서 더 심해졌다. 법은 지자체의 허가나 신고 없이도 정당 정책·현안에 대한 현수막 설치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수막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인천시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 6월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설치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해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달 14일 ‘문제없다’며 이를 기각해 현수막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광주시도 지난 11일 ‘광주시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했다. 인천시와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시의회 등과 함께 ‘현수막 정비 캠페인’에도 나서면서 적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목적으로 내년 1월19일까지 100일간 불법 광고물 정비 시·구 합동 점검도 한다.
이외에도 전국 광역의회 중 9곳에서는 유사 조례안 개정을 추진 완료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4곳은 본회의를 통과했고, 1곳은 본회의 계류 중이다.
반면 전남도는 조례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 전라남도의회 강문성 의원 대표발의한 옥외광고물 일부개정조례안이 최근 열린 소관 상임위 회의에서 보류됐다. 전남도는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 위반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었다.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이 조례보다 우위에 있어 조례로 막는 게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얼굴 알리기’가 중요하다는 후문이 있다. 각 지역의 정가에서는 내년 총선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총선 120일 전인 12월부터는 정치현수막 게첩이 제한된다. 그전까지 얼굴을 알려야 되는데, 현수막을 지정된 곳에다만 하면 누가 알겠나”라며 “아마 이같은 이유로 조례 개정을 미루거나 반대하는 현직들도 상당수일 것이다”고 말했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해야 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줬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시민안전보다는 치적 홍보가 더 중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는 상위법을 몰랐을까. 조례 개정이 광주만 되고 전남이 안되는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