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없는 수능’에 “땜질 처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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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수능
‘선택과목 없는 수능’에 “땜질 처방” 비판
● 2028수능 계획 지역교육계 반응
수능 국·수·탐 공통과목 전환에
수능 역할 커지고 국·수 중요도↑
지역 “고교학점제 엇박자” 반발
“교육과정과 실제 수업 불일치도”
  • 입력 : 2023. 10.11(수) 18:09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시교육청 전경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에 응시하게 된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지역 교육계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역행하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1일 광주시교육청과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통합형 수능 및 5등급 내신 등 내용이 담긴 ‘2028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올해 중학교 2학년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사회·과학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이 사라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기존 수능의 특정 과목 쏠림 및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을 지적하며, 개편안을 통해 수능의 공정성을 담보하겠단 입장이다. 또 과목 간 벽을 허물고 융합 학습을 유도하겠다며 탐구 영역에 통합 과목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고교 내신 평가체계 역시 해당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현재 4%인 1등급은 2025년부터 10%로 늘고, 논술·서술형 평가도 확대된다.

이같은 개편안에 대해 지역 교육계는 본질 대신 현상만을 건드린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해당 개편안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무색케 만들어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란 지적이 크다.

박철영 광주시교육청 진로진학과장은 “교육부는 제대로 된 근거 없이 내신을 5단계로 쪼갬으로써 약화시키겠단 의도”라면서 “그럼에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었을 뿐 ‘줄세우기(상대평가)’는 여전하다. 절대평가를 위장한 상대평가 체제의 내신 탓에 선택과목 유불리에 따른 기피 현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는 되레 입시에서 수능의 역할이 훨씬 커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적용함으로써 과목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한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특히 교육과정과 실제 수업의 불일치 현상이 우려된다”면서 “탐구 영역이 통합형으로 바뀌게되면 대략 중3에서 고1 수준의 내용이 출제돼 난이도 면에서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고2~3학년 때 배우는 (물리II와 같은) 선택과목은 수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교육의 방향성에 맞게 수능과 내신 모두 절대평가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과장은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들이 정시모집 40%를 유지하겠단 방침이라 수능의 역할, 특히 국어와 수학 영역의 중요도가 매우 커졌다”면서 “고교 내신과 수능 모두 절대평가로 바뀌어도 대학 신입생의 80%는 모집이 가능하다.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는 대학별 논술형 시험 도입으로도 충분하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채점자 간 신뢰도’는 국가가 직접 (논술형 시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양성이 중시되는 미래교육에서 평가 방법 또한 과정 중심으로 바껴야 한다”면서 “이번 개편안은 그 지점에서 엇박자가 많이 나서 아쉽다. 선다형 시험과 성취 기준에 따른 줄세우기식 평가가 계속 되는 한, 고교학점제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능의 논·서술형 문항 도입 등 근본적 대입제도 개혁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개편 시안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 논의와 내달 20일 대국민 공청회를 거친 뒤 연내에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