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 아픈 손가락이 된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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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 아픈 손가락이 된 5·18
김혜인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9.26(화) 16:53
김혜인 기자
올해 2월부터 5·18을 담당·취재해 왔다. 숨은 오월열사들을 발굴하고, 드러나지 않은 항쟁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기사를 쓰겠다는 부푼 꿈을 꿨다. 광주 시민이자 지역신문기자로서 자랑스럽게 5·18 현장에 임했지만 실상 여기저기 던지는 돌에 맞아 꿈이 터져 버렸다.

두 5·18 공법단체(부상자회·유공자회)가 특전사 단체와 화해 행보를 취하는 것에 시민사회는 반대했고, 그 갈등이 2월부터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있다.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5·18행사위원회에서도 공법단체가 빠지는 등 상처가 봉합되기는커녕 더욱 벌어져 갔다.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광주에 와 사죄를 하는 등 오월열사들의 한을 푸는가 싶었지만 헌법 전문 수록 약속이 빠진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전광훈 목사의 5·18 왜곡발언을 접할때는 펜을 놓고 싶을 정도로 열불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 5·18공법단체의 비위까지 드러나면서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공법 3단체 중 하나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의 한 회원이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으며,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내부 감사 결과 공금 횡령, 후원금 무단 사용이 적발됐다. 5·18민주화운동유족회는 20주년 기념행사 ‘추모제’ 등에서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광주시민이 5·18민주화운동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계엄군이 광주 외곽을 원천봉쇄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어도 좀도둑 하나 없었던 당시 시민들의 ‘대동정신’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거나 시민군을 돕던 그날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갈등과 분열, 내홍과 파행만이 남아버리고 말았다.

이제 5·18은 광주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광주를 상징하는 역사임은 분명하나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기에 더욱 아프다. ‘맨날 싸우네’, ‘특혜를 받네’ 등 5·18을 향한 삿대질에 제대로 반박할 수조차 없게 됐다. 비위로 얼룩진 5·18 공법단체는 반성을 통해 자정하고, 사라져가는 대동정신이 회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