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비틀어 바라본 낯선 ‘어딘가에’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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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렌즈로 비틀어 바라본 낯선 ‘어딘가에’ 화면
11월까지 시립미술관 안희정 사진전
역사적 아픔 깃든 학교·창고 등 촬영
바느질·조형물 작업 통해 새로운 '미'
“상상 속 집에 대한 기억·향수 감상”
  • 입력 : 2023. 09.25(월) 15:2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시립미술관의 사진전 ‘안희정: 어딘가에’의 전시작 중 하나인 ‘군산 세관’.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광주시립미술관의 사진전 ‘안희정: 어딘가에’의 전시작 중 하나인 구 전남도청.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렌즈로 비틀어 본 세상과 건물.”

광주시립미술관은 사진전 ‘안희정: 어딘가에’를 오는 11월 26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 별관 1층에 위치한 광주시립미술관 사진전시관에서 개최한다.

광주시립미술관 사진전시관에서는 매년 사진·예술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에는 근대에 만들어진 건물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낯설게 만들어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안희정 작가의 사진전시 ‘어딘가에’를 개최한다.

안희정 작가의 작품은 건물의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과 건물의 상단까지 모든 면을 촬영하고 이 사진을 무명천에 프린트한 후, 바느질하여 조형물을 제작한다. 실제로 작가가 촬영한 곳은 개인의 집이 아닌 일제강점기 때 식민 지배를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거나 학교, 창고로 쓰이던 곳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옛 전남도청 건물, 군산 세관 등의 건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조형물을 전시장 혹은 낯선 곳에 배치시켜 원래 건물이 가지고 있던 역사성을 지운다.

첫 번째 섹션 ‘곳-Somewhere2023’ 연작은 안희정 작가가 2010년부터 시작한 ‘곳-Somewhere’ 연작의 연장선으로 카메라로 찍은 건물의 전개도를 바느질로 엮어 낯선 장소에 두고 다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실제인지 아닌지 혼돈스럽게 느껴지는 연작을 통해 작가는 관람객이 현실에서 봤던 곳이건, 상상으로 꿈꿔왔던 그곳이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곳’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 섹션 ‘사진집(家)’ 연작은 작가의 기존 작품들에는 늘 등장했던 배경이 사라지고 조형물 대신 전개도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인물들과 화단, 환풍기, 쓰레기 등을 그대로 보여줌으로 사진이라 가능한 순간 포착과 현실감을 살려 유머를 잊지 않게 만들었다. 동시에 대상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천에 인쇄했다.

이번 전시는 안희정 작가가 2005년부터 약 20여년 간 발전시켜 온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일종의 보고전이다. 안희정은 이번 전시의 관람자들이 자신이 작품에 만든 미지의 그곳을 보며 어딘가에 있을 자신만의 집의 의미를 찾고, 기억 혹은 향수를 찾아서 나가길 바란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청년 작가에서 중견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집과 곳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변주를 펼쳐온 안희정 작가의 예술세계를 갈무리하는 중간결산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