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독립과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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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독립과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호텔 바비즌
폴리나 브렌 | 니케북스 | 2만4000원
  • 입력 : 2023. 09.21(목) 13:5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호텔 바비즌.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전용 호텔이 1927년 처음 지어졌을 때부터 2007년 수백만 달러 가치의 콘도미니엄으로 재개장하기까지의 역사를 뒤쫓는다. 뉴욕 배서 칼리지에서 국제학, 젠더, 언론학을 가르치는 저자 폴리나 브렌은 다양한 관계자와 직접 인터뷰하고 사적인 편지를 검토하고 당대에 작성된 문헌과 기사를 동원해 시대상을 고증함으로써 입체적인 드라마를 그려낸다.

19세기 말 자기 삶을 스스로 주도하는 ‘신여성’이라는 여성상이 등장한 이후 1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장으로 떠난 남자들의 일터를 여성이 채우게 되었고,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의 수가 급증해 사무직 근무도 결혼 전 준비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1920년대에는 이른바 ‘플래퍼’라 불린 과격한 여성들이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남자들과 시시덕거렸다. 일하는 여성은 독립적으로 살며 도시 생활과 소비,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 무렵 설계된 바비즌 호텔은 마케팅 관점에서 여성성에 독립이라는 개념을 결합했다.

호텔 바비즌은 구상 단계부터 예술적 성향이 있고 현대적인 여성이 선호할 만한 공간으로 조성되었고, 이름도 19세기 프랑스 예술운동인 바르비종파에서 딴 것이었다. 바비즌은 예술가, 배우, 음악가, 패션모델을 꿈꾸는 젊은 여성을 위한 공간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체육관과 스쿼시 코트와 수영장, 시간 단위로 대여 가능한 음악 및 미술 스튜디오, 매달 최신 베스트셀러가 추가되는 도서실, 매달 열리는 연극, 콘서트, 강연과 명문 여대 클럽에 대해 홍보했다.

그렇게 호텔 바비즌은 꿈을 좇아 뉴욕으로 모인 미국 각지의 젊고 야망 있는 여성들의 발길을 유도했다. 이미 남성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 날마다 집안일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문화 프로그램, 운동 시설, 개인 식사공간까지 갖춘 여성들만의 거주용 호텔은 여성상이 빠르게 변화한 그 시대의 해답이었다. 사회학 연구와 역사적 기록, 다중 시점의 단편소설, 가십 칼럼이 뒤섞인 이 책은 이 호텔을 거쳐 간 여성들의 역사이자 20세기 맨해튼의 역사이며 무엇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여성의 야망 이야기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