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맞은 여자들 |
저자에 따르면 여성은 문화적으로 프로그래밍 됐다. 역사와 사회는 여성을 △가부장제 △7대 죄악 등의 굴레에 가뒀다. 여성에 얽힌 왜곡된 신화와 인식은 수천 년이 흘러 현재의 삶 곳곳에서 아프게 드러난다. 나태, 시기, 교만, 탐식, 탐욕, 정욕, 분노는 피해야 할 죄라는 신념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사유 구조로 내면화됐는지 추적하고, 이 억압이 여성의 본능과 가능성을 어떤 식으로 왜곡하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좋은 여성’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부정해야 하는 건 현대사회에서도 사라진 관습이 아니다.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을 숨 막히게 만드는 세상의 숨겨진 질서들의 기원을 들춰내고 여성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대담한 도전이다.
이처럼 현대의 삶에서 억눌린 여성의 감정과 욕망,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쫓다 보면 결국 인류가 걸어온 전 역사에 대한 고찰과 재검토로 이어진다. 따라서 본문은 종교, 권력, 질서, 도덕이라는 명목하에 제약되고 왜곡된 인류 모두의 본성과 삶에 관한 이야기로도 다가온다.
마땅히 누려야 했지만 금기시되고 결국 잃어버리게 된 권리와 자유의 해방을 꾀하는 선언문. 이제라도 수명이 다한 가부장제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대에 더 부합하는 원칙으로 사회 구조를 재정비할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우리 삶을 쪼그라뜨려 온 폭력의 관행과 전술을 확인하고 이러한 역사가 남긴 구멍과 상처를 직시해야만 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