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비 기자 |
이는 시교육청이 특수학교인 세광학교서 방학학교를 시범운영키로 하면서 가능해졌다. 시교육청은 지난 6월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선명학교 학생 41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24일부터 2주간 방학 프로그램을 본격 선보였다.
프로그램은 초·중·고 학교급에 따라 편성된 7개 반이 오전과 오후 각 2시간씩 미술·창의블럭·음악 등의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취재 차 선명학교를 방문해 보니 열성적으로 강의하는 강사와 즐겁게 수업받는 학생들, 이들의 보조를 위해 옆에 상시 대기하는 실무사 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1개 반에 3~4명씩 상주하는 전문 인력들 덕에 사고 위험도 낮아 보였다.
그보다 더 인상 깊은 것은 등교하는 학부모와 장애학생의 밝은 표정이었다. 갈 곳이 있고, 맞아주는 이가 있는 방학은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고통의 시간’만은 아닌 듯했다.
사실 장애학생 방학학교의 방점은 돌봄 부담 해소에 찍혀있지 않다. 그보다는 장애인 권리 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비장애학생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학교 안에서 방학 돌봄을 누려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자폐성 장애를 지닌 이들은 ‘규칙’, ‘자신만의 패턴’에 민감하다. 학기 중 매일 갔던 장소, 시간 등이 바뀌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 비장애인보다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돌발 행동 등으로 표출된다.
실제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 ‘규칙’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아이에게 일정한 시간과 장소, 익숙한 사람은 매우 중요한데, 학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를 만족시킬 수 있어 좋다”며 방학학교에 ‘만족’을 표했다.
장애학생 방학학교가 시작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책임 주체와 운영 방식을 두고 10년 넘게 장애학생 방학 프로그램을 맡아왔던 장애인부모연대와 교원단체 간의 입장 차가 컸고, 그 중간에 선 시교육청 역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기에 시교육청의 이번 시도는 매우 고무적이다. 수년간 멈춰있던 묵은 현안의 첫 실타래를 풀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 운영을 통해 이전에 제기된 지원 교사 미달에 대한 걱정도 ‘기우’였음을 확인했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방학학교 강사 모집에는 모집 인원의 2배가량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이번 겨울 방학에도 방학학교를 시범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적극 환영할 일이지만, 뒤에 붙은 ‘시범 운영’이라는 단어가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올해 시범 운영이 부디 이대로 성공 가도를 달려, 내년도에는 ‘정식 운영’ 소식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