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묻지마 범죄 '겉바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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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묻지마 범죄 '겉바속초'
정성현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8.21(월) 17:05
정성현 기자
최근 서울 신림·서현역 등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한 데 이어,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 살인까지 일어나면서 시민들 사이에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수많은 지역에서 흉기를 들고 다니던 사람들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테러와 살인을 예고하는 협박 게시물이 잇따랐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묻지마 범죄로 공권력이 낭비되는 것에 더해 죄 없는 사람들이 잔인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 “동네 뒷산 하나 마음 편하게 산책하지 못하게 됐다. 이게 나라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과 정부는 국민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전국에 17만 경력을 투입하는 등 ‘특별 치안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일상까지 파고든 ‘공포’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이다. 법무부가 지난 14일 예고한 ‘가석방 없는 무기형’ 입법도 실제 범죄예방에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실제 경찰과 정부의 담화 이후 8월 둘째 주 일주일 동안 전국에서는 살인 등 강력범죄 12건을 비롯, 특수상해·폭행·협박 45건·기타 57건이 발생했다. 줄지 않는 범죄에 일각에서는 ‘사형집행 부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계당국은 종종 ‘강력처벌’을 해결 방안으로 내세우곤 한다. 이는 ‘가장 쉽고 직관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당국의 의도에는 동감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방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언제까지 특별 치안 활동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 문제를 살펴보고, 수정할 부분을 선행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 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상 동기 범죄자들의 분노와 원한은 칼부림 등 폭력적 행위를 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범죄 원인 등을 명확히 분석해 그에 맞는 대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상 동기 범죄자들이 범행을 다짐하는 데 사회적 문제가 있었는지’, ‘그가 만약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있었다면 치료 여건은 충분했는지’,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매뉴얼에 관리가 되고 있었는지’ 등을 말한다.

당국이 발표하는 ‘강력처벌’은 범죄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다. 잠재적 범죄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박식 처벌’보다 치료·상담 등을 통한 사회 복귀 시스템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안전한 사회’라는 건 당장 발포를 허가하고 무장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겉바속초(겉만 바라보지 말고 속에 초점을 맞춰라)’ 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