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각지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하면서 호신용품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사용에 제약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뉴시스. |
16일 지역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현행법의 경우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너무 좁다고 지적한다.
형법 21조에서 정의하는 정당방위는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인정된다.
기본적으로 본인이나 타인이 피해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응해도 정당성이 있으면 죄를 묻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녹록지 않다.
묻지마 흉기 난동의 위협이나 낌새를 눈치채고 호신용품을 사용해 상대를 제압하거나 도망쳤을 경우에도 실질적인 생명의 위협이 자행되지 않는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단 성립조건이 까다롭다. 경찰의 정당방위 처리 지침에 따르면 △누군가 해치려 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 △상대의 폭력을 막기 위한 최소한도의 폭력 △상대의 피해 정도가 자신의 피해 정도보다 적을 것 등의 기준이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세가지 정당방위 성립조건을 충족시켜야 되는 셈이다.
또한 동일한 지침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는 △치료하는 데 3주 이상 걸리는 상해 △자신의 도발에 의해 발생한 폭력 △먼저 폭력행위를 할 경우 △상대방의 폭력보다 나의 방어가 지나쳤을 경우 △상대가 폭력을 그만둔 이후 발생한 방어 등 요건을 어기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 나를 공격하더라도 호신용품은 공격을 제지하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되며, 피해를 예상하고 먼저 호신용품을 사용하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제압 후에도 상대가 다시 공격할까 두려워 추가 공격을 할 경우 과잉 방어로 간주될 수 있다.
범위가 너무 좁다보니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도 손에 꼽을 정도다.
김병수 부산대 법학연구소 교수의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 방안’ 논문에 따르면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0여년 간 대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14건에 불과하다.
이런 협소한 정당방위 관련 법에 대해 경찰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해당 법은 범죄자를 잡는 경찰에게도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일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는 한 경찰관이 올린 글이 큰 호응을 불렀다. 해당 글에서는 ‘범죄자 인권 지키려 경찰이 죽어 나간다’며 정당방위의 애매함과 협소함에 대해 ‘각자도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적혀져 있었다.
해당 글을 본 사람들은 공감을 표명하며 ‘오죽하면 저러겠느냐’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그나마 위의 경우는 호신용품이 손에 있을때다.
광주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호신용품 중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야 되는 용품이 있다”고 설명한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일반인이 호신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분사기 중 ‘호신용 스프레이’만이 허가 없이 소지할 수 있다. 그외 사거리가 3∼6m인 압축가스로 발사되는 가스분사기는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가스발사총은 아예 일반인은 불가능하고 경호관, 청원경찰, 세관 직원 등만 사용할 수 있다. 전기충격기도 마찬가지다. 전압이 3만∼6만V일 경우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에서 정당방위는 현재성이 중요하다. 총기를 소유하는 미국의 경우 공격을 받기 전에도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 되는 시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우리나라는 총기 소유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방위 또한 실제 공격을 받는 순간이 돼야 정당방위가 인정된다. 위협이 현실화 됐을 때 즉, 현재성이 충족될 때만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