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 광주가 오월을 기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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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 광주가 오월을 기억하는 방법
김해나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3. 08.13(일) 17:41
김해나 기자
5·18민주화운동 이후 4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광주의 5·18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5·18은 점점 성역화돼 특정인과 조직의 ‘소유’가 되어갔고 관련 기관은 탁상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5·18에 대해선 대놓고 말할 수 없었다.

‘5·18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쟁 당시 상황을 겪은 이가 아니라는 이유,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시의회는 지난달 19일 5·18 문제를 다루는 ‘5·18특별위원회’를 구성, 내년 6월까지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5·18특위는 5·18이 43주년을 맞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오월 문제에 대해 공론화하고 시민 공감대를 넓히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진상규명, 5·18정신 헌법 전문(前文) 수록 건의 활동 등도 펼칠 예정이다.

특위 위원은 9명 전원 초선 의원으로 꽤 흥미롭게 구성됐다. 특위 출범 전 특위 위원이자 1980년 5월 전후로 태어난 젊은 초선 광주시의원(정다은(북구2)·심창욱(북구5)·채은지(비례)·강수훈(서구1)·이명노(서구3))들이 5·18 43주년을 앞두고 관련 단체와 기관·사업 등에 대한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의원들은 릴레이 5분 발언을 통해 △오월 공법단체 분열 △5·18 진상 조사에 대한 광주시의 노력 부족 △선거마다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정치인 △5·18 구묘역 △5·18기념재단 △5·18기록관 △5·18교육관 △5·18 기념행사 등을 모두 비판했다.

이들은 5·18이 전국·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점에 주목했다.

정다은 의원은 발언 중 “우리(발언 의원)는 모두 1980년 5월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다”며 “5·18에 대해 말하면 누군가는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당사자가 아니면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광주시민은 원한 적 없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5·18을 상속받았다. 이래도 광주시민이 당사자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의원들의 발언은 광주시의회 개원 이래 최초로 알려져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시민이 뽑는 선출직 공직자인 이들이 이같은 발언을 한 데 대해 ‘또다시 정치에 5·18을 이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기자에겐 단순히 표를 위한 퍼포먼스가 아닌 5·18을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지속적인 진정성’으로 보였다.

광주의 오월은 현재 진행형이다.

누군가는 ‘또 5·18이냐’고 할 수 있지만 기자는 광주시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5·18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무를 듣거나 느낀 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젊은 세대가 5·18을 ‘나의(우리의) 5·18’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한 획을 그은 역사이자 광주의 소중한 유산이고 자산이다.

젊은 초선 의원들의 쓴소리가 정치적인 목소리로 그치지 않고 특위까지 구성하게 된 것에 박수를 보낸다. 특위가 오월단체 화합, 5·18 진상규명,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

시민 공론화의 장이 완성될 때 비로소 광주시민이 5·18을 ‘나의 오월’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