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데스크칼럼>지역인재 역외유출 더 이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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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남일보]데스크칼럼>지역인재 역외유출 더 이상은 안된다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08.10(목) 13:57
최권범 부장
“광주는 전형적으로 혁신인력의 수요와 공급 여건 모두 전국 평균에 못미치는 ‘수급의존형’ 구조다.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 등 역량 있는 대학이 존재하지만 이들 기관에서 배출되는 기술인력 상당 수가 타 지역에서 첫 일자리를 찾게 되는 지리적 미스매치 양상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지역기업들은 숙련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지역 바깥 인력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광주전남 지역혁신체계의 기술·인력 자립기반 연구’를 통해 광주지역 기술인력 구조 실태를 분석한 글이다.

광주에서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떠나는 기술인재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수는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게 아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급여도 낮아서다.

한국은행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의 연구개발·기술인력 자급률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광주지역 연구기술·개발직렬 대학 전공자의 지역 내 취업률은 41.6%에 그쳤다. 이는 전국 시·도 평균 43.8%, 특·광역시 평균 43.8%, 특광역도 평균 43.8%를 모두 밑도는 수치다. 광주지역을 떠난 기술인재들은 전남(28.7%)과 경기(8.3%), 전북(5.3%), 서울(3.2%), 인천(2.6%) 등으로 취업했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지역별 과학기술인재 취업이동 특성을 분석한 자료를 봐도 해당 기간 광주에서 타지역으로 빠져나간 기술인재는 1만628명에 달한다. 부산 2만1635명, 경북 1만2600면, 대구 1만934명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기술인재를 포함한 광주 청년세대들의 역외유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역 19~39세 청년인구는 지난 2010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여년 사이 광주 전체인구는 연평균 0.14% 감소한 데 비해 청년인구는 이보다 10배가 넘는 1.51%나 줄었다.

2020년 기준으로 광주지역 대졸 취업자 절반(47.8%) 가량은 광주 이외의 지역에 취업했으며, 이 가운데 17.7%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취업이동자의 경우도 취업비이동자에 비해 대기업과 공공행정 등 안정적인 업종에 취업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월평균 250만원 이하의 저소득 구간 비중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광주에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근무환경 또한 열악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광주의 청년인구 유출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인적자원은 지역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미래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혁신산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주 입장에서는 더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세대들의 유출은 지역내 결혼과 출생 감소로 이어져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청년 유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말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높은 급여와 함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지방소멸에 대한 문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지역 특화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시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청년층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대응책 마련은 결국 정부와 지자체, 대학, 기업들의 몫이다. 청년 유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떠나는 지역의 미래는 암울하다. 성장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 유출을 막고 떠나간 청년마저도 돌아오고 싶어하는 광주 만들기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