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기자 |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게다가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가 있기 7개월여 전에 이미 학동에서 철거공사를 하던 중 붕괴사고를 일으켜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참사를 일으켰던 터라 더욱 그 파장은 컸다.
희생자들의 수습이 완료되고 남은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과 더불어 기업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선택한 길은 ‘전면철거’였다.지난해 5월4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의 의미가 없다”며 “화정아이파크 8개 동 모두를 철거해 새로운 아이파크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해 후속대책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전면철거 해체계획을 발표하는 설명회 당시 지반 안정성에 대해 묻자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반도, 존치구조물도 지난해 10월 실시한 정밀안전점검 상 이상이 없다고 판명났다”고 답변했다.
‘존치구조물’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떤 것이 존치구조물이냐고 물어보자 관계자는 아파트 저층부를 가리키며 “원래 상가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는 곳인데 이 부분은 주거공간에 해당하지 않기에 철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설명회 자료에서도 철거범위에 ‘본 구조물 8개동 지상 주거부분 전체 해체 후 재시공’이라 적혀있었다. 취재 결과 실제 30층 규모의 지상부 저층이 해체대상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이 국민 앞에서 전면철거를 약속했지만 존치구조물이, 그것도 같은 건물에서 철거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기사화하자 소식을 접한 입주예정자들은 물론, 철거상황을 지켜보던 전 국민이 “뒤통수를 맞았다”며 크게 분노했다.
학동·화정동 참사로 위기를 맞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전면철거’가 유례없는 초고층 아파트를 안전하게 철거하고 다시 세움으로써 다시 1군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진정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