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이 지난 22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5·18 용서와 화해, 진실과 책임’을 주제로 100명의 시민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김혜인 기자 |
5·18기념재단(재단)이 지난 22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5·18 용서와 화해, 진실과 책임’을 주제로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원순석 재단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해 정근식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의 기조 발표, 1차토론과 2차토론, 정리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70여명의 시민이 참가해 12개 조로 나눠 각자 5·18에 대해 심층토론을 벌였다.
특히 최근 두 5·18 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와 시민사회(오월정신대책위)가 계엄군의 사과, 용서 그리고 화해의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이 고조된 배경을 두고 시민들은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5·18공법단체와 오월정신대책위 각각의 입장에 대한 생각 △내가 생각하는 사과와 용서란? 등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며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 대부분은 책임자 처벌이나 진상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발포명령자, 암매장, 성폭행 등 수많은 진실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전두환 등 군 수뇌부들이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사면으로 인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또 5·18공법단체와 오월정신대책위의 입장 차이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만 고집하고 있다”, “계엄군도 피해자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로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아직 계엄군을 용서하기에는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 등 세밀한 논의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사과와 용서의 범주를 놓고 여러 시민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계엄군의 사과 행보와 관련 “광주 시민들이 사과를 받아줄 때까지 진정성을 가지고 계속 사죄해야 한다”,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 화해는 없다”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진정성’에 관해서는 계엄군 스스로 그 과오와 진실을 인정하고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를 용서하는 피해자 및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용서를 할 수 있을 때에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용서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공격적인 자세로 책임과 처벌을 요구하기 보다는 화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날 지인의 추천으로 토론회에 참가한 박민지(28)씨는 “화해를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화해가 이뤄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전남대를 졸업한 학생으로서 5·18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유족분을 만나 뵙고, 같은 미래세대로서 또래의 생각을 공유하는 등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5·18 유공자인 박영희(63)씨는 “계엄군과 광주 시민이 화해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5·18 당사자들의 공감대부터 먼저 얻어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생각을 말하기 위해서 참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5·18이 궁금했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5·18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