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필영 시인·국민대 교수 |
![]() 지난 2022년 6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애완곤충경진대회’에서 아이들이 장수풍뎅이 등을 만져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아는 분이 손자를 기르는데 유치원에서 자연학습을 갔다가 장수풍뎅이를 얻어 왔다고 해서 필자는 이를 어떻게 키울지 걱정이 돼 인터넷을 찾아봤다. 그리곤 장수풍뎅이가 상품이 돼서 거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 구매사이트에서 플라스틱 박스에 암 수 성충은 물론 젤리라는 먹이도 판매하기에 필요한 것은 모두 구매만 하면 된다. 아이가 애벌레를 얻어 왔다는 말부터 아이가 하도 졸라 구매했다는 얘기까지 온라인사이트의 구매 후기를 보면 이미 살아있는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는 자연에서 사는 곤충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돈을 지불하고 사는 물건이 되어버렸음을 알 수 있다. 생명의 신비를 배우기 위해 자연학습현장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방문 후에 아이들에게 곤충을 선물로 주는 것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겠지만 그 이면을 생각했어야 했다. 아이들은 호기심에 가까이서 계속 지켜보며 길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아이들이 알을 가져와 부화시키고 성충이 된 다음에 날려 보낸다면 문제는 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미 성충이 된 곤충들이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성충이 된 곤충들은 한 달에서 석달을 살겠지만 자연 속에서 마음껏 움직이고 냄새 맡고 한 번 주어진 자연의 시간을 누릴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작은 곤충이지만 모든 생명에게는 그 자체의 생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인간만이 지구 위에서 행복해야 할 권리는 없다. 지금의 오염된 지구 환경이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아이들에게 이러한 이기적인 사고를 그대로 답습시키는 우리의 조건은 어떻게 해야 바뀔 것인가? 파브르가 쓴 곤충일기를 보면서 위로받기로 했다.
“식물은 빛에 의해 큰 변화가 일어나지만, 곤충의 착색은 빛과 무관하며 촉진도 없었다. 본래 그랬어야만 한다. 빛의 덕을 가장 크게 보는 딱정벌레나 비단벌레 따위는 태양 빛을 훔쳤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광택이 나지만, 사실상 이들의 색깔은 어두운 땅 속이나 고목의 썩은 줄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중략) 날개와 함께 누더기에서 빠져나온 조롱박벌은 3일 정도 꼼짝 않고 쉰다. 그동안 정상적인 날개 색깔이 되고 발목마디도, 입틀의 여러 기관도 제자리를 잡는다. 번데기 상태로 24일을 지난 후 완전한 성충의 모습이 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지금까지 갇혀 있던 고치를 뚫고, 모래 틈에 길을 터 밖으로 나온다. 생전 처음 보는 햇빛이 눈부시지도 않은지, 갑자기 대지 밖으로 나타난다. 넘치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더듬이와 날개를 빗질하고, 다리로 몸통도 비비고, 고양이 세수를 하듯 발끝에 침을 발라 두 눈을 닦는다. 화장이 끝나면 즐겁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제부터 두 달 동안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중략)
너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너는 어떤 배움도 없고, 스승도 없이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고 있구나. 오오! 아름다운 나의 조롱박벌들아! 내가 너희들을 길렀던 시험관, 병, 상자 따위는 겁내지 말고, 매미가 좋아하는 무더운 햇볕 속에서 하늘 높이 날거라. 아무렴, 떠나야지. 하지만 엉겅퀴 꽃 위에서 너의 파멸을 꿈꾸며 기다리는 황라사마귀를 조심하거라. 양지 바른 언덕에서 너를 노리는 도마뱀도 주의해야 한다. 이제 조용히 떠나거라. 너의 땅굴도 파고, 둥지도 지어야겠지. 그리고 너의 단검으로 귀뚜라미를 솜씨 좋게 찔러서 가족을 번식시켜라. 네가 나에게, 그리고 내 생애에 베풀어 주었던 행복의 순간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 주기 위해서이다.” (장앙리 파브르, 파브로 곤충기1, 김진일 역, 현암사, 2008.)
파브르의 곤충기는 관찰기록일기이지만 문학작품 만큼이나 감동을 준다. 생명에 대한 사실적 기록과 그에 대한 작가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곤충조차도 애완곤충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의 한 생명체로서 완벽한 지혜와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환경재앙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