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국민에 대한 국가폭력, 시효 없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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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국민에 대한 국가폭력, 시효 없어져야
5·18인권 유린 청구권 소멸 판결
  • 입력 : 2023. 07.02(일) 17:22
광주고법이 최근 5·18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5·18유공자 유족이 소송을 늦게 제기해 배상 청구권이 사라졌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양영희·김진환·황진희 고법판사)는 고 노준현 열사(1956~2000)의 친형이 정부를 상대로 낸 5·18민주화운동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노 열사는 국민교육헌장 비판 집회를 주도하고 5·18민중항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606일 동안 불법 구금·고문당했다. 이후 1997년 재심을 청구했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노 열사의 유족은 2021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5·18보상법 16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같은 해 11월 이번 민사 소송을 냈다. 그 소송의 재심이 이번 판결이다.

정부는 이 재판과 관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는 민법을 토대로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독재 정권이 초헌법적인 공권력을 행사해 기본권을 침해한 민주화운동에 ‘개인 간 불법행위’ 내지 ‘일반적인 국가배상’ 사건에 대한 소멸 시효를 그대로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국가가 무고한 국민들을 짓밟고 은폐한 사건이다. 여기에는 사법부도 한 몫을 했다.

반인륜 국가폭력 범죄에는 국가배상 청구권과 수용 범위를 폭 넓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다짐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광주고법이 내린 판결은 결국 인권 보호 책무를 망각하는 것이고, 2차 가해와 다를 바가 없다. 부디 대한민국 사법부가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을 폭 넓게 해석하고, 정부 역시 오월 희생자들에 대한 신속한 권리 구제에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