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일주이슈103-1> 굿바이! 화순탄광… 118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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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전남일보]일주이슈103-1> 굿바이! 화순탄광… 118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1905년 국내 1호…경제 견인
도시가스 등 확대 적자 전환
강원도 2곳도 내년부터 폐광
광산 근로자 생활대책 부심
  • 입력 : 2023. 06.25(일) 18:31
  • 김은지 기자
복철망으로 출입을 막은 복암갱 입구. 김양배 기자
118년을 이어온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화순탄광)가 오는 30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전남 내 유일한 광업소인 화순탄광은 일제강점기였던 1905년부터 운영돼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해 왔다.

산업 최일선에서 방직공장 등에 석탄을 공급해 연료 공급원으로써의 역할을 해냈고 광주·전남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보금자리까지 따스하게 데웠다.

그러나 채산성 감소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영원할 것 같던 탄광의 영광은 118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2021년 12월 석탄산업 장기 계획에 따라,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화순탄광을 오는 30일 폐광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총면적 30.7㎢, 갱도 길이 80㎞의 화순광업소는 산업화 시기 정부의 석탄·광업육성 정책에 따라 무연탄을 생산해 왔다.

호황기를 누리던 1960년대에는 강원 삼척·영월· 태백 탄광 등과 함께 국내 4대 탄광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89년에는 근로자 1600여명, 연간 70만5000톤의 석탄을 생산하며 최대 정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고자 단순 생산에만 치중한 탓에 부작용도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상승했고 석탄을 캐기 위해 더 깊은 지하 수백m 까지 파고 내려가는 갱내 심부화로 노동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석탄 1톤당 공급 단가는 14만~15만원 선이었지만 생산 단가는 평균 42만~43만원으로 채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제조 단가의 상승과 맞물린 도시가스 등의 활성화로 화순탄광은 서서히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2021년 12월 석탄산업 장기 계획에 따라,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화순탄광과 강원 2곳의 탄광(장성·도계)을 폐광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40여년 전만 하더라도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연탄’으로 온정을 전하던 곳이지만 화석연료 수요가 감소한 시대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업 수순을 밟게 된 것.

수십 년간 탄광에서 일하다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된 광부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조기 폐광 대책을 요구했다.

1년 넘는 투쟁과 협상이 이어진 끝에 일종의 명예퇴직금인 특별위로금을 정년 잔여 일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올해 4월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화순탄광 폐광이 최종 결정됐다. 산업부는 폐광 후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업준비금과 특별위로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화순광업소 소속 광부들은 오는 30일 자로 모두 퇴사하고 한때 북적였던 화순탄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광주의 유일한 연탄공장인 ‘남선연탄’ 역시 이달 말 문을 닫는다. 남선연탄은 지난 1954년 문을 연 광주지역 유일의 연탄공장으로, 경영난 악화 등을 이유로 남은 석탄이 다 떨어지는 이달 말 폐업하기로 했다.

광주·전남 내 탄광과 연탄공장의 연이은 폐업으로 지역민들은 가장 가까운 공장인 전북 전주산업에서 연탄을 구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남선연탄은 장당 800원에 구매 가능한 연탄을 전주에서부터 배송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장당 1100원에 구매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2015년부터 시행 중인 ‘연탄바우처’ 사업을 통해 지역 내 에너지 취약계층이 감수할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조기폐광 지역의 석탄 대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자체·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산업부와 함께 계획을 수립 중이다”며 “폐광의 영향을 받을 화순탄광 노동자, 에너지 취약계층 등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석탄공사는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4년 태백 장성탄광, 2025년 삼척 도계탄광 순으로 탄광을 조기 폐광할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