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사라지는 화순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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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사라지는 화순탄광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6.06(화) 16:43
이용환 논설실장.
“이건 꿈이야. 악몽을 꾸는 거야. 잠에서 깨어나면 괜찮을거야. 다 괜찮을거야.” 지난 2016년 무대에 오른 뮤지컬 ‘화순’은 광복 1주년인 1946년 발생한 화순탄광 광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46년 8월 15일, 해방 1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로 향한 화순탄광 광부들이 미군의 탱크에 막힌다. 기념대회는 강제 해산되고 너릿재에서 미군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수많은 광부가 죽고 다친다. 특무대까지 투입해 광부들을 완전 진압한 미군, 그리고 남겨진 광부들에게 어둡고 긴 침묵의 화순탄광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화순탄광은 우리나라의 석탄 산업을 이끌어 온 산 증인이다. 1905년 화순의 토호 박현경이 광권을 설정한 이후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한 1989년, 70만톤이 넘는 석탄을 생산하기도 했다. 이 때 근무 인원은 1700여 명, 지하에서 채탄작업을 하는 인력만 6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 때는 좋았지. 1주일에 두 번은 돼지 한 마리씩을 잡았으니까. 마을 운동장에 잔치가 벌어지고, 술판이 벌어지곤 했어. 힘들었지만 서로 이해해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당시 광부로 일했던 조영채 씨 회고다.

근현대사 대한민국의 산업을 이끌어왔던 만큼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탄광에서의 작업은 노동 강도가 심해 화순탄광이 문을 연 이후 매년 사망자가 발생했다. 작업중 탄가루를 들이마셔 발생하는 진폐증 사망자도 2012년까지 60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1955년에는 폐광된 광산에서 작업을 하던 4명의 광부가 모두 익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동아일보가 ‘화순탄광 개발 이후 최초이면서 최대 참사’라며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1969년에는 화재가 발생해 8명의 광부가 질식해서 숨졌다.

화순탄광이 오는 30일 문을 닫는다고 한다. 개발이 시작된 지 120여 년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탄 수요가 감소하면서 오는 2025년까지 전국 공영탄광을 모두 폐광시키기로 하고 올해 화순탄광부터 문을 닫기로 했다. 내년에는 태백 장성탄광, 2025년에는 삼척 도계탄광이 폐광된다. 석탄산업과 석탄산업을 지켜온 광부들은 국가의 에너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해 온 영웅이다. 탄광 또한 수많은 광부의 희노애락이 깃든 상징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역사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가다. 시대조류에 따라 화순탄광은 사라지지만 새로운 화순탄광의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