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자리잡은 천연기념물 수달, 보호방법 절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건사고
어렵게 자리잡은 천연기념물 수달, 보호방법 절실
광주서 영산강 줄기따라 서식·출몰
로드킬 연평균 전국 80여건 달해
광주지역 3년간 8마리 폐사, 발견돼
보금자리 인근, 골프장 들어서기도
市, 야생동물 생태계 보존 연구 진행
  • 입력 : 2023. 06.04(일) 17:24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지난 2019년 광주 서구 치평동의 광주 제1하수처리장 인근에서 발견된 수달이 차량에 치어 죽어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광주에서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난개발과 교통량 증가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 다시 자리잡기도 힘든 수달이 더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광주환경운동연합(환경연합)에 따르면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 330호이자 멸종 위기 1급인 야생 생물이다.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동물로 강과 저수지 등 물을 끼고 살아간다.

현재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수달은 영산강 줄기를 따라 자치구 구분없이 광주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서식지는 크게 3곳으로, △광산구-북구를 가로지르는 영산강 일대 △서구 덕흥동의 영산강 덕흥보 △무등산국립공원 일대다. 환경연합은 수달의 습성상 생태 반경이 최대 15㎞까지 이르며, 각각의 개체가 영역을 지키고 살기때문에 광주 내에서 광범위한 수달의 생태계가 퍼져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 지난 1월 광산구 쌍암공원에서는 수달 3마리 가족이, 광주천 일대에서는 먹이활동을 하는 수달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수달은 해당 지역 수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생태지표종이다. 당연히 보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로 위에서 죽어가는 경우가 상당하다.

국립생태원이 매년 발표하는 로드킬 다발구간 정밀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난 2018년 6월부터 2020년 9월까지 165건 △2021년 68건 △2022년 91건으로 연평균 80여건의 수달 로드킬이 발생한다.

광주의 경우 지난 3년간 인간에게 발견되거나 구조된 8마리의 수달 중 교통사고(3)가 가장 많았으며 외상(2), 기아(2), 미아(1) 상태였다. 이 중 7마리는 죽고 1마리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로드킬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이 개발되면서 보금자리를 잃고 쫓겨나는 사례도 있다. 광주 북구가 13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제동 730번지 일원에 4만3738㎡ 규모로 조성하는 파크골프장 27홀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은 수달 등을 포함한 법적보호종이 다수 서식하는 곳으로 골프장 조성이 발표되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연합은 “파크골프장 부지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멸종위기종 수달이 살고 있는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습지의 하천경관이 형성된된 곳”이라며 “영산강의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하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이 때, 27홀의 파크골프장 추진은 행정의 안이함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수달의 서식지나 개체 현황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수달은 환경의 중요한 지표지만 난개발로 인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광주에 수달이 어디서 몇 마리가 생활하고 있는지 조차 전수조사된 바가 없다”며 “환경단체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진행해 수달의 서식환경을 파악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환경 및 동물정책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이들의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 광주에서 도시화로 인해 희생되는 야생동물이 늘고있어 관련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생태계 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며 “연구를 토대로 수달을 비롯한 다양한 멸종위기종 생물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자연환경보전법 제30조에 근거해 매 5년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자연환경조사를 진행해왔으나 올해 2월부터 광주의 야생동물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별도의 연구를 광주전남연구원에 의뢰해 현황분석과 서식지 관리방안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