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0-1>살인까지 부른 ‘농촌 인력난’… 인건비도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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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100-1>살인까지 부른 ‘농촌 인력난’… 인건비도 치솟아
중개인, 인력배치 다툼 농민 살해
1만원이라도 더 주면 예약 취소
적자 감수 ‘웃돈 제시’ 농가 속출
정부, 계절근로자 체류기간 연장
  • 입력 : 2023. 06.04(일) 18:10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지난 1일 무안군 청계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파속채소연구소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들이 국산 양파 ‘맵시황‘ 품종을 수확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달 14일 해남의 한 마을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알선하는 중개업자가 농민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모내기 작업에 일꾼 두명을 보내달라는 농민 요구에 중개업자가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며 다툼을 벌인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양파·마늘 등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이 본격 수확철을 맞았지만 부족한 일손과 치솟는 인건비에 농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3개월 연장해주는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농촌 인력난 해소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농촌지역 일손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입국이 제한됐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엔데믹 이후 한국 땅을 밟고 있지만 농촌 인력난은 여전하고 최근엔 인건비 상승 등 고충도 심해졌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전남의 경우 양파·마늘 수확과 모내기 등 농번기철, 외국인 고용을 위해서는 10일 전 예약이 필수다. 일부 중개업자는 예약이 됐더라도 인건비를 더 주는 곳으로 인력을 배치해 농민들 간 쟁탈전도 치열하다.

무안에서 8년째 양파농사를 짓고 있는 이양수(57)씨는 “매년 2000평 밭에서 양파를 키우고 있지만 재작년보다 작년이,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들어 이제는 정말 농사를 접어야 하나 고심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씨는 “2000평에서 양파를 수확하려면 매일 15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없는 시골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고, 겨우 외국인 친구들을 데려와 일을 시킨다 해도 하루 인건비만 14만원이 넘는다”며 “지금도 15명 중 10명이 외국인이고 하루 인건비가 200만원이 넘는다. 올해는 양파가 냉해까지 입어 수입도 반 토막 났는데 인건비에 비료값, 종자비까지 정리하고 나면 적자이지 않을까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고용한 농가에서 일한 근로자 중 50.2%가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2020년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이었기 때문에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제한됐고, 고용허가제를 통한 인력조차도 방역 우수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만 허가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과반이었다는 것은 농촌인력의 불법체류자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많은 단기체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해 급한 불은 끈 상황이지만, 마늘·양파 수확, 벼농사 등이 본격 시작되면서 인력난은 여전하다.

어렵게 일손을 구했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로 가는 도중 1만원이라도 더 준다는 곳이 나타나면 다른 현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도 부지기수라 농민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일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더 높은 인건비를 제시하며 ‘울며 겨자먹기’식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 기간을 기존 5개월에서 최대 8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외국인 계절근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파종·수확기 계절적 농어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5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제’를 운영하고 있다. 계절근로제는 농어촌에 합법적 외국인 고용을 촉진하고 농어업 분야 계절적 구인난 해소를 위해 추진해왔으나 체류기간이 5개월로 다소 짧다는 현장·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였다.

전남도 관계자는 “6월 중 단기 체류 외국인 계절근로자 2000명 가량이 입국하게 된다. 당장 인력난 해소까지는 어렵겠지만 최근 정부에서 계절근로자 체류 기간도 연장했기 때문에 농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입국 절차가 완화돼 더 많은 일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