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갈라파고스의 역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갈라파고스의 역설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5.22(월) 15:45
박간재 부장
 1990년대 일본이 전자·정보기술(IT) 산업 분야에서 세계 경제를 호령 했지만 내수시장에만 안주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고립됐다.
일본 전자기업은 1980년대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 전자계산기, LCD TV, 1990년대엔 휴대전화 등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자국 중심의 독자적인 산업이 발전하면서 2000년대 세계시장에서 도태됐다. 끝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 우위를 넘겨주고 말았다.
대외시장 보다 내수에만 주력하며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기술과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시장 요구와 국제 표준을 맞추지 못해 위기를 맞게 됐다.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지켰던 블랙베리 역시 지난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자 마자 몰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블랙베리에 중독’ 됐다고 할 만큼 애용했던 ‘오바마 폰’이었다.
글로벌 IT환경과 격리된 채 자기 방식만 고집하다가 무너지고 만 꼴이다. 핀란드 노키아도 같은 길을 걸었다.
1990년대~2000년대를 주름잡던 모터로라를 단번에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노키아는 전세계 휴대폰 점유율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노키아 역시 2010년대 폭풍처럼 몰아닥친 스마트폰 혁명을 폄훼하며 안일하게 대처하다 매출·점유율 모두 폭락하고 말았다. 이 기간이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1등을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게 되면 결국 실패로 끝난다는 교훈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같은 사례의 현상을 경제학 용어로 ‘갈라파고스(Galapagos)의 역설’이라 부른다.
자국시장만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다보니 글로벌 경쟁에서 고립돼 끝내 도태하는 현상을 말한다.
갈라파고스는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960㎞ 떨어져 있는 관목으로 뒤덮인 19개의 작은 섬이다.
육지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다 보니 그들만의 고유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나섰다.
당장 서남해안을 끼고 있는 전남지역 어업인과 횟집, 수산업 관계자 등은 반발하고 나섰다.
횟집 경영자들은 “장사를 접겠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고 어업인들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야 그렇다쳐도 우리네 일부 정치권 행태가 이해가 안간다.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자고 하질 않나, 그들이 초청한 해외 석학은 식수로도 가능하다고 호들갑을 떤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민들 생각과는 동떨어진 인식으로는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대에 뒤처진 정치행태를 탈피해 갈라파고스의 생태계 같은 고립에서 서둘러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