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을 앞두고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 5월 민주영령을 추모하기 위한 각계각층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송민섭 기자. |
5월 셋째 주 주말을 맞은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 이곳은 금요일인 지난 12일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대형버스를 빌려 타고 온 공직자들, 대학생 및 학교 관계자들, 초등학생, 유치원생 등. 이들은 25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에도 정갈한 옷을 차려입고 묘지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들의 추모 차례를 기다리는 각 단체로 국립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 앞에는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친구들과 장난치며 웃고 떠들던 학생들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외신기자들에게 광주의 실상을 알린 울암 김천배 열사의 제자인 정혜숙(88)씨 일행들이 참배단을 향했다. 정씨는 “선생님께 YMCA 성경연구반에서 성경 공부를 배우던 때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며 “이날이 되면 매년 함께 공부했던 제자들과 이곳을 찾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열사는 1980년 5월26월 수습위원들과 서구 농성동으로 달려가 도로 위에 누워 계엄군의 탱크 진입을 막는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다. 홍남순 변호사, 이성학 장로, 김성룡 신부 등과 함께 시민수습대책위원회도 맡았다.
외신기자들에게 광주의 실상을 알린 울암 김천배 열사의 제자인 정혜숙(88)씨 일행들이 참배단에서 묵념을하고 있다. |
건국초 4학년 정현범(11)군은 “열사들이 우리를 위해 희생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소풍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설명을 듣다보니 시민들을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추모객 토니(44)씨는 “한국 여행 중 광주에 들렀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광주에 오기 전에 5·18역사 유적지를 찾아봤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시민들의 행동이 대단하다. 이곳을 둘러보며 그들을 추모할 생각이다”며 묘역을 살폈다.
토요일인 13일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묘역을 찾았다. ‘전국대학생 광주순례 준비위원회’ 학생 500여명은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민주묘지를 찾았다. 이중 67명의 학생들은 경상남도에서 왔다.
진주 경상대 행정학과 4학년 이경서씨는 “대학생이 된 후로 매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오고 있다”며 “ 5·18민중항쟁 주간에라도 민주묘지 등을 찾아 친구들과 추억도 쌓고 역사의식도 드높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1980년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등 광주 구도심에서는 여러 시민단체가 참가하는 제43주년 기념 범국민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일요일인 14일 오전에는 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 이주민 70여명으로 구성된 광주전남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가 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들은 광주 시민군의 대변인 역할을 한 윤상원 열사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
한편 참배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5·18 전 주말 참배객의 경우, 지난 13일 기준 4만885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한 4만557명에 비해 8299명 늘어난 것이다.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장은 “5·18을 앞둔 주말이라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온 것 같다. 특히 학생·노동계·외국인 등이 많이 찾았다”며 “이번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방문할 예정이라, 더욱 많은 추모객들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퇴임 후 민주묘지를 찾는 첫 사례인 만큼 정치적 성향을 떠나 국민으로서 몹시 반갑다. 5·18민주화운동 43주기에 맞춰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광주정신’을 함께 나누고 체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민섭 기자·박소영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