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 광주지역 상아탑의 5·18 기억법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 광주지역 상아탑의 5·18 기억법
송민섭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5.14(일) 17:11
송민섭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 말이라고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근거를 찾을 수 없기에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한 말이었는가가 아니라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 단재 선생의 자조 섞인 목소리였을 것이다. 동시대에서 놓친 역사가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을 가져왔다는 의미로 후대들에게 남기는 교훈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뭘까. 시대적 배경을 막론하고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일 것이다. 과거를 기억해야 현재를 비교할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로도 연결된다. 나은 미래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적어도 군부독재가 시민을 강제로 탄압했던 1980년 5월18일은 아닐 것이다.

광주 지역 대학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있을까.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는 5·18 민주화운동이 시작된 장소인 만큼 열사들을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기념비, 민중항쟁기념행사, 민주문화 운동 기념공간 조성 사업 등을 통해 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며 선배들의 의지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반면 나머지 대학들은 아쉽다. 추모 사업은커녕 현황파악도 안되고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 위주로 항쟁이 이뤄지긴 했지만, 여타 대학 학생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항쟁에 동참했다. 황석영 기록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따르면 1980년 5월 16일 전남대가 주도해 전남도청 분수대에서 열린 민족민주대성회는 1만여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기자가 직접 취재해본 결과, 전남대와 조선대를 제외한 광주 지역 15개 대학에서도 5·18 희생자는 있었다. 하지만 희생자 명단을 따로 정리하고, 연구를 이어가는 대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회 차원의 계승작업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매년 5월 18일이 다가오면 전국의 대학관계자들과 대학생들이 광주로 모여든다. 그들은 오월의 아픔을 되새기고 5·18의 숭고한 정신을 기린다. 민주 정신을 잊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계승할 수 있도록 역사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인 셈이다.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고 그만큼 양질의 지식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역사관 등을 확립하고 수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5·18 민주화 운동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