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꼰대와 어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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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꼰대와 어른의 차이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5.10(수) 12:45
김선욱 부국장
프랑스어에 ‘므슈(Monsieur)’라는 단어가 있다. 남성에 대한 높임말이다. 한국어의 선생, 영어의 미스터에 해당한다. 므슈는 귀족이나 왕족을 가르키는 말이다. ‘므슈 000’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존경하는 분을 만나면 이름 뒤에 ‘선생님’을 붙이는 식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선생님을 은어로 ‘꼰대’라고 부른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우리도 학교 다닐적에, “꼰대 같다”, “꼰대가 어쩌구 저쩌구”라는 말을 입에 자주 달고 다녔다. 요즘에는 꼰대라는 말이 ‘라떼는(나때는) 말이야’로 상징돼, 기성세대들의 어법을 비트는 대표적 단어로 진화(?)했다.

꼰대의 어원은 분분하다. 영남지방에서 번데기를 의미하는 사투리 ‘꼰데기’에서 유래됐다는 얘기가 있다. 꼰데기에서 이마에 주름이 번데기처럼 자글자글한 늙은이를 뜻하는 ‘꼰대’로 변형됐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지칭하는 말인 콩테(Comte)의 일본식 발음 콘데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친일파들이 일제로부터 백작 등의 작위를 받고 잘난척하며 자신을 콘테라고 부르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둘 다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

외국에선 이 단어를 유심히 봤다. 지난 2019년 영국 BBC에서 ‘오늘의 단어’로 한국식 발음 그대로 ‘꼰대’(Kkondae)를 소개했다. BBC는 “당신은 이런 사람을 알고 있나요?”라고 물으며,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연장자’라고 꼰대를 설명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시어머니를 가리킬 적당한 단어를 찾았다’며 무척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꼰대는 한국의 세대간 갈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 대칭 선상에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M)세대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있다. 젊은세대가 느끼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은 전세계 어디든 있다. 세대마다, 그 시대의 이념과 가치가 달라서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구국이 절실했고, 배고픈 시대는 먹거리와 일자리가 중요했다. 꼰대와 어른은 어떻게 보면 한 끗 차이다. 소통의 부재다. 자기경험만 강조하면 불통이다. “요즘 애들은 그래”라고 단정하는 순간, 꼰대가 된다. 귀담아 듣고 소통하려는 노력,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10일 출범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