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인 기자 |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를 자녀로 둔 일곱 엄마가 모인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이들은 대중의 폭력적인 시선을 이겨내고 무대에 선다. 모진 9년의 세월에도 단단한 배우의 얼굴을 하고 조명 아래 선 그들이 참 감사하다.
마침 이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은 다큐 영화 ‘장기자랑’이 최근 개봉했다. 이 영화는 국가폭력 희생자의 유가족에게 쏟아지는 어떤 기대감을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유가족을 향한 과도한 가여움, 유가족에게 기대하는 이상한 도덕성…. 유가족다움을 요구하는 대중의 시선은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말이다.
영화는 단원고 희생자·생존자 학생들의 엄마들이 극단을 구성, 연극 무대에 서는 일상을 담았다. 엄마들은 2015년 심리 치유를 위한 바리스타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또다시 집에만 있을 엄마들이 걱정돼 고민하다 나온 것이 바로 ‘연극’이었다. 엄마들은 지나가듯 말한 ‘재밌겠다’ 한 마디였지만, 안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 ‘걸판’ 출신의 전문 연극인 김태현 감독이 한달음에 달려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무대 위에 서 있는 순간을 맞이한다.
‘자식 잃고 뭐가 좋다고 연극을 해? 사람만 모이면 도망가자’라는 생각도 잠시. 그런데 웬걸, 엄마들은 ‘연기’라는 뒤늦은 재능을 발견하고 열정을 불태운다. 급기야 세 번째 작품 ‘장기자랑’의 주인공 배역 캐스팅을 두고 엄마들 사이의 질투와 갈등은 깊어진다. 배역을 놓고 세상을 다건 듯 행동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우리네 삶과 별다를 것 없는 엄마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물론 상흔의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날은 지독했고 진실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일상을 살아내야 했다. 치유 목적의 연극활동이 꽤 도움이 됐다.
마침 지난달 28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장기자랑’ 시사회가 진행돼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단원 중 한명인 순범 엄마 최지영씨, 수인 엄마 김명임씨, 동수 엄마 김도현씨를 만났다. 엄마들은 이날 관객으로 영화관을 찾은 오월 어머니들에게 직접 만든 목공예 소품을 전하기도 했다. “앞이 깜깜한 진상규명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맘을 다잡는다”는 엄마들의 말에 유가족을 투사나 피해자의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연대’의 의미가 아닐까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