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춘옥 도의원 |
필자는 문득 의문이 든다.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 전 세계 195개국의 나라 중 그 누구도 바다는 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행태를 보니 바다를 자기들의 것이라 착각하는 듯 싶다. 그 넓은 태평양에 그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방사능 핵테러를 준비 중이니 말이다.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무엇하나 주변국을 배려하거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심지어 자국민도 반대하는 오염수 방출을 독단적으로 발표하고 원전에서 1㎞ 떨어진 곳에 터널을 뚫어 방류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된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을 정화한다고는 하지만 발암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제거되지 않는다.
삼중수소가 신체에 축적되면 인체 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 DNA에 핵종 전환이 발생하여 유전자 변형, 세포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의 신체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더욱이 위험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다핵종제거설비에 대한 신뢰성이 의문인데다 방류를 앞둔 오염수의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이 어떤 상태로 저장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태평양도서국을 비롯한 영향권에 드는 국가들은 그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일본정부와 언론은 후쿠시마와 관련해 근거없는 뜬 소문으로 피해를 본다는 뜻의 풍평피해(風評被害)를 계속해서 들먹이며, 사실무근의 가십이나 루머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소비 위축 등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를 언론조작으로 덮고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며 부정적인 이미지 지우기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중요한 오염수의 안전성 입증은 간과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염수 방사성 물질이 제대로 처리되는지 판단할 데이터가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은데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방사성 물질 농도의 법적 기준치는 누가 정하고 그에 대한 안전성은 누가 담보할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올해 1월, 태평양 소재 섬나라 17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방류 연기를 요청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그에 반해 최인접 국가인 우리 정부는 놀랍게도 미온적이다. 방류할 경우 방사성 물질들이 400일 뒤면 대한민국 전역에 퍼진다는 방류 시뮬레이션 등의 관련 결과들이 있는데도 오염수 방류를 원천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잠정조치 같은 선제적 조치는 전무한 채 그저 한일관계 개선을 이유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대처는 더 이상 안된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이 넘도록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유출되었고 최근 5년 5개월간 약 600만 톤의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수가 화물선들의 평형수로 주입된 뒤 국내항에 실려와 배출되었다.
이미 우리는 방사능에서 안전하지 않다. 그런데도 일본은 비용절감만의 이기적인 목적만을 추구하며 한사코 핵오염수 방류를 추진한다면 전 세계 바다는 거대한 핵폐기물 처리장이 될 것이다.
필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원산지가 ‘일본산’으로 명시된 식당은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지거나 재방문을 꺼리게 된 적이 있다.
필자의 경험과 같이 원전 오염수 방류 후에는 ‘한국산’도 외국에서 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고 상상하니 끔찍하면서도 그동안 세계에서 인정받던 ‘K’와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던 ‘Made in Korea’가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리는 날이 머지 않았음에 분개를 느낀다.
제발 이제라도 우리 정부는 우리 아이들과 모든 바다의 생명을 위해, 그리고 우리 수산업의 존폐 위기 앞에 놓인 어민들을 위해 인접국가 권리를 활용하여 오염수 방류 계획 자체를 저지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