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명진고 학생의 애절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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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명진고 학생의 애절한 호소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4.16(일) 14:20
  • 양가람
양가람 기자
“저는 명진고 재학생입니다. … 교육청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광주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고입 평준화 일반고 배정방식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많은 학부모, 교육단체 관계자들로 가득 메워진 공청회장 안으로 교복을 입은 여고생 한 명이 들어왔다.

고교 배정 방식과 관련한 현장 질의응답 시간. 발언권을 얻어 마이크를 손에 쥔 여고생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여고생이 소개한 자신의 모교는 마치 고립된 ‘섬’ 같았다.

올해 명진고 신입생은 38명(배정은 41명). 배정 가능 정원 300명에 턱없이 모자라 1학년에는 단 2개 학급만 개설됐다.

학생 수가 적어 선택과목이 폐강되고 동아리가 개설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방과후 수업이 끝나면, 학교 인근 식당으로 나가 배를 채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적정 인원 미달로 학생들에게 석식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교사 수 부족 등으로 3학년 담임교사가 1, 2학년 수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진로진학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교사에 대한 고3 학부모들의 불만도 큰 상태다.

현재 광산구는 급격한 인구 유입과 중·고교 비율 불균형 등 문제로 인문계 고교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도미노처럼 타 자치구에도 영향을 미쳐, 광주지역 인문계 고교생 상당수는 집 앞에 학교를 놔두고 먼 곳으로 통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광산구의 명진고는 ‘학생 수 미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에도 오르내렸던 사학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기피학교’가 되어버린 탓이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이나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사학 측과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빛고을 온학교’ 등을 활용해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저런 사학은 사라져야지. 본인이 지원해놓고, 왜 여기 와서 저러는 건지.”

공청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한 학부모가 혀를 끌끌 차며 낮게 중얼거렸다. 해당 사학 관계자들이 ‘교육의 평등화 위반’이라며 시교육청을 향해 고성을 쏟아붓느라 정작 일반고 배정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언급되지 못했다는 푸념이었다.

문제의 원인은 사학에 있다지만, 이를 놓고 벌어지는 정쟁의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그 여학생은 무엇 때문에 늦은 저녁 멀리 교육청까지 왔던 것일까. “좋은 시설과 열의를 가진 선생님들이 있어도, (광산구 내 다른 일반고와 달리)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여학생의 외침이 섬 안의 메아리로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양가람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