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93-4>“4·3 기억투쟁, 5·18 현장광주서 열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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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93-4>“4·3 기억투쟁, 5·18 현장광주서 열어 기뻐요"
박경훈 ‘4·3 기억투쟁, 새김과 그림’
6월18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진행
판화 및 평면회화 작품 100점 선봬
금기시된 4·3 진실 위해 매진할 것
  • 입력 : 2023. 04.02(일) 16:05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제주 4·3을 주제로 목판화 연작을 선보인 박경훈 작가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 ‘박경훈: 4·3 기억 투쟁, 새김과 그림’을 진행한다. 도선인 기자
“제주 4·3의 기억투쟁을 5·18민주화운동이 타올랐던 현장, 광주에서 선보이려 합니다.”

제주 4·3의 실체를 목판화 연작으로 전국에 알려온 박경훈 작가의 개인전 ‘박경훈: 4·3 기억 투쟁, 새김과 그림’이 6월18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 4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판화 및 회화작품 100여점이 소개된다.

박 작가는 1962년에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를 중심으로 예술가·사회운동가·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금기시돼 온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예술작업만 아니라 정치·사회에 몸담으며 실천적 예술을 펼쳐온 그에게 제주 4·3사건은 제주민의 삶의 터전에 이어온 억압과 투쟁의 기억이며 단절되지 않은 역사 그 자체다.

이번 전시는 박 작가가 1980년대 미술대학 시절 민중미술 운동에 동참하며 작업했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새김(70여점)과 그림(30여점) 두 섹션으로 나눠 제주 4·3사건의 결정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새김’ 섹션은 민주·인권을 향한 제주도민의 저항을 판화로 선보인다. 목판화 ‘통곡1(1988)’처럼 작가는 칼로 목판에 제주 4·3에서 비롯된 생각의 무게를 새겼다. 이어 30여 년 만에 다시 시작한 그의 목판 작업은 ‘꽃진 자리_전사의 길(2022)’처럼 제주 4·3의 기억이 내면화된 일상에서 지속한다.

고무판화로 제작한 ‘드르에서 거적데기(1987)’, ‘토민3(1988)’, ‘한라산-전사(1988)’, 실크 스크린기법으로 작업한 ‘사선(1989)’ 등은 제주 4·3사건에 대한 제주도민의 투쟁, 희생의 기억을 기록한 것이다.

‘그림’ 섹션에서는 콜라주, 디지털 제작 방식을 활용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작가 작업의 변모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최근작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 프린트한 화면 위에 아크릴을 사용한 ‘국가의 기초(2009)’, 아크릴로 작업 한 ‘기억의 순도(2022)’, 포토 콜라주 화면 위 아크릴로 작업한 ‘숟가락_빨치산의 인식표(2022)’, 디지털 프린트 작품 ‘환경(幻景)-장기동(2022)’은 작가 초기 판화작업에서 벗어난 시도이지만, 이 역시 4·3에 천착한 박 작가의 실천적 예술을 엿볼 수 있다.

박 작가는 광주에서 제주 4·3 전시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는 “국가폭력의 경험과 투쟁의 역사가 있는 광주에서 작가로 복귀해 전시를 선보여 영광스럽다”며 “광주의 5·18과 제주 4·3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동된 역사다. 국가폭력과 시민들의 무장항쟁은 제주가 먼저지만, 공포 안에서 금기시된 진실을 분출시킨 곳은 광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로 기억 투쟁과 연대 의미를 되새긴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은 “제주 4·3의 75주년에 열린 이번 전시는 박경훈 작가의 현실 참여적 예술 활동을 통해 제주 4·3 사건의 기억을 소환하고 연대의 가치를 살필 수 있는 기회”라며 “박경훈의 사회 참여적인 예술 성과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민주·인권·평화의 의미를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 ‘박경훈: 4·3 기억투쟁, 새김과 그림’ 개막식은 오는 7일 오후 5시 광주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박경훈: 4.3 기억 투쟁, 새김과 그림전 포스터.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