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들 '예술의 꿈' 저버리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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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청년작가들 '예술의 꿈' 저버리지 않길"
하정웅 명예관장 5년만에 광주 방문
청년작가초대전·영암 달빛토크전 등
일주일 국내일정 소화 후 일본 출국
재일교포 사업가로 미술 컬렉션 시작
1993년부터 국내외에 1만여 점 기증
“탄압의 식민지 역사… 광주도 비슷"
  • 입력 : 2023. 03.28(화) 17:0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개막식 참석을 위해 28일 광주 서구 하정웅미술관을 찾은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도선인 기자
“청년작가들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얼른 만나고 싶어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재일교포 수집가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이 5년만에 광주를 찾았다.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개막식이 열린 28일 광주 서구 하정웅미술관에서 부인 윤창자 여사와 딸 하우묘 씨와 함께 그를 만났다.

하정웅 명예관장은 “작품은 작가의 정신, 작가가 사는 시대,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가 깃들어 있어요. 이번 전시에 청년작가들의 무얼 말하고자 했는지 잘 전달되는 것 같아 감동으로 다가온다”며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위상의 변주’라는 부제로 오는 7월16일까지 이어지며 강원제(대구), 유지원(광주), 김덕희(부산), 안준영(전북) 등 최종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다른 키워드로 차오르는 달처럼 변하는 가치에 대해 살폈다. 특히 강원제는 회화의 완성과 미완성을 나타낸 추상작품, 유지원은 삶의 터전과 폐허의 대비를 보여주는 설치작업, 김덕희는 열에너지를 보여주는 촛농 작품, 안준영은 가는 펜으로 강박적인 세부 묘사를 보여줬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하정웅 명예관장의 부탁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정웅 관장은 “광주에 계속 수집품을 기증하니깐, 1999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기증조건을 물어왔다”며 “극구 사양하다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어렵게 창작 활동을 하는 청년작가들을 육성하는 사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청년작가초대전’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재일교포 장남으로 태어나 혹독한 가난 속에서 이주민의 삶을 살았다. 화가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었던 시대였다”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예술의 꿈을 저버리는 청년들이 없길 바라는 맘이었다. 또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야 지역이 발전될 수 있다는 게 내 가치관이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한국의 각 도·시립미술관에 대가 없이 기증해왔다. 1993년 광주시립미술관에 전화황, 곽인식, 송영옥. 이우환 등 재일한국인 작가들의 작품 212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기증한 작품만 1만여 점이 넘는다. 기증품에는 피카소, 루오, 샤갈, 달리 혜리 무어 등 전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됐으며 광주시립미술관뿐 아니라 조선대학교, 영암군, 전북도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한국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광주 중외공원에 하정웅 명예도로가 생겼으며 2017년 상록미술관의 명칭이 하정웅미술관으로 변경됐다. 2012년 재일교포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부모님 고향 영암에도 기증한 작품이 3900여점 이상 되면서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이 생겼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700여점을 더 기증할 예정이다.

하정웅의 아버지는 하헌식은 1928년 16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어머니는 1938년 18세 때 일본에 와서 아버지와 결혼했다. 그리고 그는 1939년 히가시오사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디아스포라의 운명을 살았다. 평생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맴돌았다. 사업가로 성공한 이후, 일본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찾아 나서는 등 진상규명 활동을 하고 한국과 일본에 미술품을 기증하는 가교역할을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조선은 식민지 시대를 지나왔고 재일교포는 낯선 땅에서 탄압의 시대를 걸어왔다. 이런 어두운 역사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곳이 광주라고 생각한다. 광주에 제일 많은 미술품을 기증한 이유다”며 “광주는 군사정권의 만행 속에서 민주화와 인권을 쟁취했다. 광주가 울면 나도 울고, 광주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개막식에는 바이올린 제작의 세계적 명인인 진창현 선생이 현악기 4종을 기증해 기증의 뜻을 기리는 개막 축하 공연도 진행됐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청년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해 2001년부터 매년 ‘빛’이라는 타이틀로 개최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119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하정웅 명예관장은 하정웅아트홀이 있는 광주교육대학교 방문, 강기정 광주시장과 만찬,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달빛토크’전 참석 등 국내 일정을 소화하고 오는 4월3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